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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 문학칼럼: 그럼에도 해피 할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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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시월의 마지막 금요일 할로윈이다. 오늘 같은 날에는 공공장소에 가서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스타벅스에서 글을 쓰는 지금 내 주변엔 입술에 마치 생 닭이라도 잡아먹은 듯 붉긋 푸르르한 립스틱을 바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아예 얼굴 자체를 퍼런 페인트로 칠하기도 했다. 할로윈에 어울리는 색은 이 퍼러스르함이다. 그러고 보니 두 달 전부터 새로 살기 시작한 워싱턴 주에는 비가 자주 온다. 주루룩 주루룩 하루종일 빗물이 그치지 않고 하늘은 우중충한 회색빛이다. 귀신 나오기 딱 좋은 날씨다. 안개가 낀 아침 하늘 빛깔은 회색과 푸른 빛의 중간이다. 이 빛깔은 사람들에게 저 너머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무엇에 대한 공포감을 준다. 공포감의 핵심은 안개 너머의 알 수 없음, 정체 불분명이다. 그 정체도 알 수 없는 물체 혹은 사람이 웍!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만해도 겁이 난다. 그런데 해코지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악몽이다.

할로윈은 사람들이 무언의 약속을 하고 무섭고, 우악스럽거나, 미쳤거나, 황당한 화장과 분장을 한다. 그 약속이 있기에 공포는 재미가 되고 지루한 일상에 할로윈은 향신료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사회적 약속이 없는 공포가 현실에 나타나면 그것은 깨어나기 힘든 악몽이다.

며칠 전 내게는 평범한 주말의 어느 하루가, 피츠버그에 사는 누군가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름도 알지 못하고, 인종과 문화가 다를 수 있으나, 그래서 멀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이 미국땅이 어찌나 큰 지 아무리 큰 사건이 일어나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감각 자체가 없다. 그래서 뉴스를 챙겨봐야 한다.

정신에 문제가 있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는 없다. 유태인 종교 회당인 시나고그에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하고 무고한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엔피알NPR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말이 며칠 내내 마음에 남았다. “이 험한 사회의 은신처같은 공간인 종교적 장소가 그렇게 되었으니, 이제 내겐 은신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가서 마음의 안식을 구할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 총기 및 폭발물 사건의 공포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학교, 라스 베가스 공연장, 나이트 클럽, 마라톤장, 그리고 이번에는 종교 회당이다.



이런 한 유태인 여성의 절망에 어느 유태인 랍비가 한마디로 대답을 했다고 한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아니,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두려움없이 앞으로 나갈 수 있을까.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꾸 머릿속에서 울림으로 남아있다. 이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이 어려움을 숲처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은 용기라는 말일까?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행복함, 삶의 즐거움, 마음의 안식을 찾는 일을 포기하면 안된다는 말이겠지?

사실 일상의 공포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 있다. 최근 한국 피씨방에서도 묻지마 살인이 일어났다. 역시나 가해자와 아무 연고도 없는 한 사람이 피살되었다. 생각만해도 겁이 나고 두려움이 일어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작게라도 애도를 하는 것. 그것이 나 혼자만의 기도이든 작은 포스트 잇에 적는 일이든 어떤 형태로든 애도를 표한다. 그리고 랍비의 말을 생각하며 움츠려 들지 말고 나아간다.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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