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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문학칼럼: 사순절에 드리는 신앙고백

교회는 '재의 수요일'로부터 부활 전야까지 40일 동안을 사순절로 지낸다. 사순절은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의 의미를 묵상하고 주님이 지셨던 십자가의 길을 함께 함으로써 구원을 얻는 은총의 시간이다.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는 데에서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그 예식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말씀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와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이다. 해마다 맞는 사순절이지만 고희를 맞은 올해는, 지난날의 삶을 반성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맞이하여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다짐으로 고백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2002년 가을에 세례를 받았다. 베드로라는 본명을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지만, 그때는 무늬만 신자였다. 2004년 11월 휴스턴에 왔으니 미국 생활 15년째다. 지금은 영주권을 받아 신분이 안정되었지만, 정착 초기에는 외로움과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주님을 원망하며 교회로부터 멀어졌던 때가 있었다.
미국 주재원으로 왔을 때의 생각은, 봉급쟁이 남편을 내조하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3년 동안 나름대로 행복과 보람을 느껴보라는 배려였다. 쌍둥이 아들에게도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면서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Turning Point를 주기 위함이었는데, 나의 희망과 달리 가족들은 적응에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에서 공직생활을 할 때 성실하게 일하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자수성가형이다 보니 매사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인상부터 찡그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매사에 소극적인 아내가 미국 생활에 적응 못 하고 우울증 초기까지 갔는데도 마음으로 감싸주지 못하고 계속되는 갈등 속에서 더 깊은 상처만 주었다.
큰아들은 비교적 미국 생활에 적응을 잘해서 CPA가 되어 Brunel에서 Finance Manager로 근무하고 있다. 결혼하여 아들과 딸도 낳았다. 하지만 작은아들은 아직도 독신에 학생비자 신분이라 힘든 공부를 계속해야만 한다. 오죽하면 여자는 다 똑같으니 고르지 말고 빨리 결혼해서 영주권을 받아 학생비자 신분을 벗어나라는데 뭐 하고 있냐며 내 욕심대로 몰아세웠다. 이렇게 가족들과 나 사이에 불신의 벽이 생기고 마음의 상처도 깊어만 갔다.



KORAS 사장 3년 임기를 마치고 Sempra LNG에 취직한 2007년 이후에 멕시코와 루이지애나주 및 앨라배마주에 있는 공사 현장에 근무하느라 4년 동안 떨어져 살았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 가정을 사랑과 은총으로 보듬어 주셨다. 2011년 6월부터 우리 가족이 휴스턴에 함께 살게 해 주신 것이다. 이것은 가족과 화해하고 성가정聖家庭을 이루라는 하느님의 명령임을 잘 알고 있기에,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동안 쌓인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어서 서로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어려워했다.

처음 시작한 것이 기도의 생활화였다. 아침, 저녁으로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는 요한복음 13장 34절 말씀을 묵상하면서 삶의 주파수를 하느님께 고정하려고 노력했다. 가족들에게 내가 참 신앙인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를 먼저 감싸 준 사람은 아내였다. 본당에서 미사 전례를 담당하고 있던 아내는 소극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교우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아내와 두 아들을 진정으로 믿고 온전히 맡긴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가족들의 의견을 듣는다면서, 실상은 늘 내 생각을 먼저 정해 놓고 내 의견에 동조하도록 유도해 왔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족들이 곧이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 정다운 대화가 거의 없었던 두 아들과 좀 더 친해지려고 자주 말을 걸었고, 33년을 함께 한 아내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누려 애썼다. 지난 7년 동안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삶을 살며 가족들과 천상에 이르는 여정을 함께하려는 노력이 행동으로 보이니까 작은아들도 닫았던 마음을 조금씩 열어주었다. 현재는 MD Anderson Cancer Center에서 세포유전학Cytogenetics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성실함을 인정받아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곧 좋은 짝을 만나 일가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가정을 성가정으로 거듭나게 하시고, 새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해 주신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와 영광을 드린다. 부족하지만, 휴스턴성당의 사목회장 직분을 받들면서 나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본당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 평신도의 소망을 신부님께 충실히 전달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을지 알 길이 없다. 하느님 아버지를 의식하며 바르게 살아갈 생각이다. 세례를 받고 다시 태어났던 17년 전 벅찬 순간을 기억하며,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크리스천이 되기 위해 항상 깨어 있을 생각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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