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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없는 볼티모어 영세상인들만 죽어 나가”

리커스토어 몰아내는 ‘볼티모어 조닝법’ 2년 유예기간 끝나, 한인 실질 피해 ‘임박’ ‘셧다운 전담반’, 한인 영세업소 ‘몰아내기’ 시작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 주 밤 10시경에 운영하는 리커 스토어로 15명 정도의 소방국 및 주택법(Housing) 관계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가게의 시설 낙후를 이유로 그 자리에서 가게를 셧다운 시켰습니다. 그 일이 있기 3일 전에는 볼티모어 퓨 시장이 찾아와 조닝법에 대한 하소연을 듣고 갔는데, 황당하기만 합니다. 근처의 케리아웃도 같은 상황인 것으로 압니다. 앞 길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2016년 12월 5일 발표된 이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 온 볼티모어 조닝법이 오는 6월 5일부터 발효된다. 이는 1971년 이후 첫 조닝 개정이다. 볼티모어 다운타운에서 20-30년간 아무 문제없이 리커스토어를 운영해 온 업주들에겐 날벼락과 다름없다. 주거지역에 위치한 리커스토어는 2019년 6월 5일 까지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하라는 내용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웨스트 노스 애비뉴 인근의 한인 업주는 위와 같이 말하며 “제 3세계나 공산국가도 아니고 미국에서 어떻게 개인의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가. 수 십만 달러가 잠식돼 버렸다. 이런 일을 힘 없다는 이유로 그냥 당해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셧다운 당할 당시에 ‘앞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기간이) 3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지금 닫으라는 말이냐’고 설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재고라도 팔려고 겨우 다시 오픈 했다. 가게가 알려져서 또 다시 피해를 입고 싶지 않다”면서 인터뷰에 따른 불안감, 혹시나 있을 지 모를 정부의 ‘보복’에 대한 걱정도 표출했다.



시정부는 새로운 조닝법을 ‘볼티모어의 탈바꿈(Transform Baltimore)’이라고 부른다. 날이 갈수록 치솟는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율을 낮추고, 범죄도시라는 이미지를 벗어 던지겠다는 법안의 목표 및 방향성은 옳지만, 그 과정에서 한인 리커스토어 업주들이 마땅한 보상도 없이 무작정 내몰리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 당국 관계자들과 시의원들은 새 조닝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리커스토어와 범죄의 상관 관계를 자주 거론한다. 존스합킨스 대학은 작년 9월 ‘리커스토어 주변의 범죄율이 타지역보다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조닝 발표가 연구발표를 앞선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꼬집는다.

새 조닝법이 발표된 후로 한인단체가 주최한 법안 설명회나 간담회 등에 함께 참여해 온 피터 프리바스 변호사는 “시장이 특별관리팀(Special Enforcement Task Force)을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 리커 인스펙터, 화이어 마셜, 하우징, 보건국 에이전트 들이 한꺼번에 움직인다고 들었다. 이들은 한 업소에서 수십가지 적발 사항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체적으로 우월한 에이전트 들이 무장까지 한 채 십수명이 한꺼번에 비좁은 업소에 들이닥친다는 것은 괴롭힘(Harassment)’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년여 동안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인단체 대표들과 시장실 관계자들이 면담을 하기도 했고(본보 2017년 3월 3일자) 한인단체들이 로비활동을 위해 기금 모금을 하기도 했으나, 안타깝게도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퓨 시장은 한인 단체들로부터 공식 선거자금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리커스토어 구제에는 뜻이 없다”고 한인사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피터 프라비스 변호사 및 프랭크 샤울리스 변호사와 함께 항소를 준비하고 있는 바쿠스 리커(노스 애비뉴 선상)업주 이선주 씨는 “개인 사정으로 주 7일 라이센스를 6일로 바꾸려고 변호사에게 의뢰했다가 조닝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당면한 문제라 단체적인 대처 방안이 있는지 주위에 알아보고 다녔는데 많은 업주들이 지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만나본 사람들 중 대부분이 ‘누구에게 얼마를 주었는데 결과가 없다’ 며 불신에 차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변호사들은 항소의 근거로 “BD7 의 경우 시 조닝법에 명시된 ‘업소의 정의’와 메릴랜드 주 주류법에 의거한 주류 위원회의 정의가 다르다. 주법이 우위다” 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처럼 조닝법 때문에 부득이하게 업소를 폐쇄하게 되는 경우 보상을 하거나 사업체가 자연소멸할 때 까지 기다리게 되어 있다. 시는 리커스토어의 생존기간에 2년을 책정했는데 이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면서 “100 % 승소 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조닝법은 100 % 위헌이다”고 덧붙였다.

법률 관계자들은 “먼저 시 조닝 오피스에 항소를 하고 (6주) 패하면 순회재판소에 상고 (3-4 개월), 다시 패하면 스페셜 항소 법원에 상고 (1년) 하는 순서다. 마지막으로 항소 법원에 가져갈 수 있지만 항소 법원은 심의를 거쳐 케이스를 기각할 수도 있다. 만약 받아들여 지면 항소 법원에서 소요되는 시간도 1년 이다”라고 절차를 설명했다.

프라비스 변호사는 “이 건은 집단소송이 아니라 각 업소가 따로 항소를 하되 같은 내용이기에 같이 다루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소송을 해서 이기면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나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선주 씨는 “지금 30명 정도가 같이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인 줄 알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동참해서 단결된 모습으로 우리의 권익을 지켰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도시계획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도에는 다운타운은 대부분 C-5 로 규정되어 있고 ‘빌딩 형태에 따라 세분된다’라는 별도의 설명과 함께 ‘다운타운 구역(Downtown Zoning District)’로 표기되어 있다.(지도 참조)
이런 가운데, ‘볼티모어 탈바꿈’이 리커스토어 몰아내기로 끝날 것인지, 한인 관계자들의 우려대로 캐리아웃 등 다른 영세업종으로 번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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