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미주한인교회의 역사(20)

벧엘교회 교인총회는 이순근 담임목사의 추천으로 두 부목사를 인준했다.
벧엘교회 규약 6장 21조 2항은 모든 목사의 청빙 결정을 교인총회 인준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0년 12월 1일 이영호 목사, 2001년 3월 8일 이성주목사가 각각 부목사로 취임했다.

이순근 목사는 두 부목사와 함께 동역목회를 시도했다. 동역목회 또는 공동목회는 교회사역을 담임목사와 부목사들이 전문성에 따라 서로 분담하고 위임, 동시에 서로 사역을 상의 협조하면서 사역을 함께 진행하는 목회방법으로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관계는 수직관계보다는 수평관계를 더 강조하는 목회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영호 목사는 교육을, 이성주 목사는 선교를 각각 맡으면서 전체적인 목회를 서로 상의하여 진행했으며 부목사들은 당회에 참석하여 맡은 분야를 보고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했다.

동역 목회 정신은 벧엘교회가 창립되면서 태생이 된 것이다. 초대 김상복 목사는 취임하면서 부목사와의 동역목회의 실제를 벧엘교회에 도입, 손인식 목사를 선교 담당으로, 송영선 목사를 교육담당 목사로 선임하여 각각 전문성을 살려 맡은 사역을 진행하도록 위임했다.

그리고 부목사의 청빙도 담임목사와 마찬가지로 교인총회 인준을 거치도록 규약에 정한 것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규약 6장 18조 2항은 부목사의 당회특별회원 권한을 부여했다. 그리고 부목사의 영어표기를 한국전통교회의 부목사인 Assistant Pastor대신 미국교회 동역목회의 전통에 따라 Associate Pastor로 정했다. 2대 김영진목사가 취임하면서 동역목회의 실체는 벧엘교회에서 사라졌으며 이러한 현상은 3대 이호영목사 시무기간까지 이어지다가 이순근목사가 취임하면서 부활한 것이다.

이순근 목사가 시도했던 동역목회가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판단 기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김상복 목사 손인식 목사 송영선 목사 동역목회와 이순근 목사 이영호 목사 이성주 목사 동역목회와는 몇가지 면에서 다른 점이 있다고 본다.

김상복 목사는 미국에서 신학교육을 마쳤고 미국 문화에 익숙해 있었으며 손인식 목사와 송영선 목사도 이민생활 속에서 미국에서 신학교육을 받고 목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비교적 한인 이민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분히 미국적인 사고방식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순근 목사 동역목회 경우는 이순근 목사와 이영호 목사는 미국에서 신학교육을 받고 미국 다른 지역에서 담임목회를 경험했기 때문에 한인 이민사회를 잘 이해 할수 있었으나, 분당 할례루야교회 부목사로 오래 시무하다가 미국 이민 경험없이 바로 벧엘교회 부목사로 취임한 이성주 목사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순근목사는 벧엘교회에 취임하기전에 시카고 그레이스한인교회에서 7년간, 이영호목사는 펜실바니아 해리스버그한인교회에서 4년간 담임 목회를 한 경험이 있다. 근래에 들어서서 많은 미국교회들이, 특히 독립교회나 커뮤니티 처치들이 동역목회를 선호하고 있는 경향이다. 이 교회들은 기왕에 Senior Pastor로 불렸던 담임목사를 Lead Pastor로 호칭을 고쳤으며 Associate Pastor로 불렸던 부목사를 Teaching Pastor로 호칭을 바꾸어 수직관계보다는 수평관계를 강조하는 위임목회 형태를 취하고 있다.

어느 미국 교회는 분담사역을 담임목사와 부목사 사이에 서로 번갈아가며 감당한다. 한국의 전통교회조직에서 볼수있는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수직관계와 현대미국교회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수평관계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점이 있다고 본다. 이는 주어진 지역 문화 전통, 교인구성의 특성, 목회자의 리더십과 성품 등 많은 점들이 고려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경영학석사(MBA) 과정 과목 가운데 조직학(Organization Theory)이 있다. 이 과목은 한 조직이 어떻게 하면 좀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주어진 목적을 달성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하는 학과다. 조직학은 조직구조(Organizational Structure)를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의 하나로 보고 이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를 펼친다.

조직구조의 핵심은 조직 안에서 조직원 사이에 관계 형성에 초점을 두고있다.
통제와 지배를 통해 결과를 용이하게 예상 할 수 있으며 구조변화를 멀리함으로서 조직의 안정을 추구하는 수직관계형과 조화와 조정을 통해 구성원의 창의력과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며 필요에 따라 구조변화를 서슴치 않고 발전을 모색하는 수평관계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동역목회는 후자에 속한다. 미주 한인교회들이 깊이 고민하며 연구해볼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허종욱 / 버지니아워싱턴대학교수 사회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