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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쓰는 짧은 편지] 하나의 주제를 30개 변주곡으로 표현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2/16 07:05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BWV 988

골드베르그 변주곡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가 하프시코드를 위해 작곡한 작품으로서, 최근에는 피아노로도 많이 연주되는 대표적인 건반 작품이다. 한 개의 아리아를 주제로 30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1741년 처음으로 출판되었고, 바로크 시대의 흔치 않은 변주곡 형식작품으로서 변주곡 장르와 형식의 가장 중요한 표본으로 다루어졌다. 이 작품은 바흐의 제자이자 건반악기 연주자였던 요한 고트리브 골드베르크(Johann Gottlieb Goldberg)를 위해 쓰였고 그가 초연하였기 때문에 골드베르그 변주곡이라고 불린다.

이 작품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지는데, 바흐의 최초 전기를 작성하였던 포켈에 의하면, 18세기 초 작센의 영주였던 카이젤링크 공작이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건반악기 연주자인 골드베르크에게 잠을 청하는 음악을 써달라고 청탁하였다.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적절한 음악이 떠오르지 않았던 골드베르그는 스승인 바흐를 찾아가 불면증을 해소할 음악에 대해 도움을 구하였다. 애제자 골드베르그를 위해 바흐가 아리아와 30곡의 변주곡으로 구성된 길고 아름다운 자장가를 써주었다는 것이 이 작품의 일화이다.

이 작품은 작곡되었을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인정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바흐의 다른 작품들이 제대로 인정을 받은 후에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조명을 받은 작품이다. 하프시코드를 위해 작곡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피아노로 큰 연주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고, 변주곡이라는 장르 특성과 한 시간이 넘는 작품의 길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연주자와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20세기에 이르러 과거 바로크 시대의 건반악기를 복원하였고, 하프시코드를 위한 연주곡들이 발굴되었는데, 이때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도 조명받게 되었다. 20세기 대표적인 하프시코드 연주자 반다 란도프스카가 이 작품에 관심을 가졌고, 1933년 발매된 그녀의 음반은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모던 피아노로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연주하여 음반을 발매한 글렌 굴드는 음반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반을 발매했다. 그가 발매한 음반은 예상외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바흐의 골드베르그를 발굴한 공이 글렌 굴드에게 돌아갔다.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은 단순한 주제의 멜로디에 리듬, 박자, 선율에 변형을 가하는 수준을 넘어 전주곡, 토카타, 춤곡, 캐논, 푸가 등 형식과 장르에 변화를 주어 심화한 변용을 하였다는 점에 있어서 높이 평가되는 작품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30개의 변주곡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그 하나하나의 변주곡 안에 각기 다른 특징이 도드라진다는 점도 찬사를 받는 부분이다.

또한, 이 작품의 선율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많은 이들의 편곡과 개작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조세프 라인버거와 페루치오 부조니,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가 편곡과 개작을 시도했고, 재즈 분야의 자크 루세 트리오와 단 테퍼가 재즈에 맡게 편곡하여 연주하기도 하였다.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음악의 위안이 큰 힘이 된다. 마음이 어지럽고 힘이 들 때, 혹은 카이젤링크 공작과 같이 잠이 들기 어려울 때, 이 작품을 감상해보길 권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평안함이 느껴지는 감미로운 선율과 순수하고 청명한 피아노 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좋을 것 같다.

이영은/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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