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Partly Cloudy
76.4°

2018.11.13(TUE)

Follow Us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의 낭만과 품격

글, 사진 곽노은
글, 사진 곽노은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3/08 15:33

시칠리아 섬 남부 해안, 아그리젠토(Agrigento)
신전의 계곡으로 유명한 도시
매년 3월 아몬드 꽃 축제 성황

주노 신전

주노 신전

콘코르디아 신전과 이고르 미토라이의 “추락한 이카루스” 청동상

콘코르디아 신전과 이고르 미토라이의 “추락한 이카루스” 청동상

신전의 계곡으로 유명한 도시 아그리젠토.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가 태어난 곳도 바로 아크라가스, 지금의 아그리젠토다. 계곡에 들어 서자 철학자가 시민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시민들이여, 세상의 모든 물질은 공기, 물, 불, 흙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것들이 사랑과 미움 두 힘에 의해 결합하고 분리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엠페도클레스는 철학자, 의사, 정치가, 생물학자, 시인이기도 했지만 마법을 행하는 마법사이기도 했다.

신전의 계곡에는 제우스 신전, 헤라클레스 신전, 주노 신전, 카스토레와 폴루체 신전 등 7개의 신전이 무너진 채로 남겨져 있다. 그 중 제우스 신전에는 기둥을 바치고 있던 ‘텔라몬 거인 조각상’이 거의 온전한 상태로 뉘어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복제품이다. 원본은 고고학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다. 8 m 높이의 텔라몬 조각상은 사람의 형상을 한 석회암 기둥 장식을 말한다. 박물관에 있는 텔라몬 상은 한 쪽 벽을 등지고 당당하게 세워져 있다. 헤라클레스 신전은 원래 38개의 기둥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모두 파괴된 것을 영국의 고고학자 알렉산더 하드케슬경이 9개를 복원시켰다. 1922년 당시 신전의 기둥 복원은 영국과 이탈리아에 센세이셔널한 뉴스로 전해진다.

콘코르디아 신전은 기원전 440~30년 경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신전 중에는 보존상태가 가장 좋다. 비잔틴 시대가 열리면서 신전을 성당으로 탈바꿈 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성당으로 만들기 위해 기둥 사이의 공간은 모두 벽으로 채웠다고 한다. 1788년에는 토레무자의 카스텔로 왕자가 신전을 원래대로 복원시키고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카스텔로 왕자는 시칠리아의 고대 유물 연구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다. 신전 아래로는 아주 특별한 청동상이 하나 놓여 있다. 바로 ‘추락한 이카루스’라는 작품이다. 폴랜드 출신의 조각가 이고르 미토라이가 이곳에서 전시를 한 후 아그리젠토 시에 영구 기증했다. 고대 작품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그의 조각품들은 크라코프, 바르샤바, 런던,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밤베르크, 레겐스부르크 등에도 전시돼 있으며 한국에는 강화도 해든뮤지움에 작품이 하나 있다.

아그리젠토는 3월이 되면 아몬드 꽃 축제가 열린다. 시칠리아에서는 가장 유명한 세계민속 축제다. 하이라이트는 콘코르디아 신전 앞에서 펼쳐지는 전세계 무용팀의 민속춤 공연이다. 2017년에는 한국 강릉의 푸너리 공연단이 참석해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올해는 3월3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무너진 신전만 있는 이곳에 특별한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스크류 모양의 뿔을 가진 ‘기르젠타나’ 염소를 보는 것이다. 몸이 하얀 염소들은 풀밭을 거닐며 여유있게 풀을 뜯고 있다. 그런데 풀밭이 온통 노란 유채꽃으로 덮여있다. 빙글빙글 말려 올라간 멋진 뿔을 가진 하얀 염소, 푸른 잔디, 노란 유채꽃 등은 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해 지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안타까운 것은 예전에는 3만 마리나 서식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300마리만 남아 있다.

신전의 계곡은 밤에 방문하면 훨씬 더 로맨틱하다. 화려한 조명이 계곡의 모든 건축물들을 비추기 때문이다. 어느날 엠페도클레스는 활화산이 되어 에트나 산 정상에 올랐다. ‘내 호흡은 세계로 퍼지고 있고, 마음은 바다로 향하며, 영혼은 별들로 가득하고, 나는 산처럼 빛날 수 있다!’ 그리고는 화구 속으로 몸을 날렸다. 영국시인 매튜 아놀드의 ‘에트나 산상의 엠페도클레스’에 나오는 철학자의 마지막 순간이다. 고대 그리스의 전기작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도 엠페도클레스는 실험을 위해 에트나 화산 분화구에 직접 몸을 던졌다고 기록했다. 아그리젠토 고고학 지역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여행팁:
아그리젠토 중앙역에서 신전의 계곡: 버스 매 30분 출발. 요금: 1.2유로.
신전들의 계곡 = 10유로.
고고학 박물관 = 8유로.
신전들의 계곡 + 고고학 박물관 = 13.5유로
팔레르모 아그리젠토 기차 2시간 10분 = 왕복 18유로.
신전들의 계곡 중간 게이트에서 고고학 박물관까지 걸으면 15분, 버스를 타면 2분 만에 간다.
박물관에서는 1, 2, 3번 버스를 타면 중앙역에 5분 만에 도착. 요금: 1.2유로.
노란 유채꽃 사이를 거니는 스크류 모양의 뿔을 가진 ‘기르젠타나’ 염소<br>

노란 유채꽃 사이를 거니는 스크류 모양의 뿔을 가진 ‘기르젠타나’ 염소

고고학 박물관에 세워져 있는 텔라몬 거인 조각상 원본

고고학 박물관에 세워져 있는 텔라몬 거인 조각상 원본



오늘의 핫이슈

Branded Content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