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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삶의 본질을 묻다

죽음은 힘이 있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가진 절대 불변의 속성은 인간에겐 두려움입니다. 인생이 결국 제한적 실체임을 깨닫게 하니까요.

죽음은 불가항력적으로 '끝'의 개념을 알려줍니다. 유한한 세상의 가치가 죽음을 절대로 담아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삶은 반드시 죽음으로 귀결됩니다. 잠시 그 문턱 앞에 서 보시겠습니까. 언젠가 마주할 죽음은 막연한 개념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피해서 돌아갈 수는 있어도, 결국 누구나 종착역은 같습니다.



그 길을 걸어가는 인생은 마지막에 다다르기까지 끊임없는 갈증에 시달립니다. 제한된 삶의 시간이 욕구를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의식 속에 언젠가 끝이 온다는 두려움은 소유에 대한 다급함을 부릅니다.

그럴수록 마른 목을 축여보려고 한시적인 물질, 권력, 명예, 쾌락 등 뭐든지 마셔보지만, 세상의 범주 내에선 그 어떤 것도 존재적으로 유한한 인간을 완벽하게 채워주진 못합니다.

그렇다고 삶을 염세적으로 바라보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끝(죽음)이 있다고 아무거나 마시고, 마음대로 살겠다면 그만큼 무의미한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건 자유를 가장한 인생의 방종입니다.

목마름이 있다는 것은 거꾸로 해갈을 위한 '물'의 존재를 반증합니다. 존재에 대한 역설의 개념을 수천 년 전 예수도 이미 알았나 봅니다. 자꾸만 물을 찾는 인생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할 '물'의 존재를 설명한 적이 있으니까요. '끝'이란 마침표가 전부인 줄 알던 삶에 '영원'이란 가치를 전한 겁니다.

지난주 종교면 커버스토리로 박승목·박영자 집사 부부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70대 부부는 14년째 RV 차량에서 생활하며 미국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영원'이란 개념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노부부는 과거 육체의 병으로 죽음과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죽음과의 조우는 인간의 존재성을 본질적으로 깨닫는 시작이었습니다. 갈증이 '물'의 존재를 알려주듯, '유한'을 암시한 죽음 앞에서 '무한'의 실재를 본 겁니다.

부부에게 현실적인 삶의 불편을 물었더니 "인간이 죽을 때 가져가는 건 '편안'이 아닌, 평안"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길(인생)을 걷는 목적과 의미를 또렷이 드러낸 '답'입니다.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소유해야 할 가치를 묻고, 들었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부부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된 겁니다. 기사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그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깨달음은 죽음에서 비롯됐으니까요.

죽음은 그래서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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