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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요리하는 남자

최근 한국에서 요리하는 남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시간이 꽤 지나서 드디어 뜨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래전부터 직접 요리를 만들어 오고 있으니 말이다.

10여 년 전에 개업의에서 은퇴하고 집에서 쉬다가 생각 끝에 직장 생활을 아직도 하는 아내를 조금이나마 도와주기 위해서라도 부엌에 들어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요리를 배우기로 했다.

이제 은퇴한 마당에 밥 한 끼 얻어먹기 위해 아내에게 매달려 있는 것도 그럴뿐더러 기분에도 썩 내키진 않는 일이기는 하지만, 또 혹시라도 상황이 바뀌어(?) 내가 가장이 될 경우도 올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양반 행세하기는 틀린 신세인 것 같다.

은퇴 후 LA한인타운의 김치 강좌에 세 번 다녀왔다. 김치를 내가 꼭 담아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평생 그렇게도 많이 먹어오는 김치 제조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함이었다. 한번은 김치를 직접 담아서 이웃에 사는 친구에게 먹어보라고 권했더니 "맛이 좋은데…. 다음에 또 담으면 그땐 사서 먹겠다"고도 했다.



나는 옛적부터 요리에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친근감을 느끼고 살아온다. 집에서는 어머니 어깨너머로 요리하는 것을 많이 보기도 했지만 대학생 시절 서울에서 자취생활도 해본 적이 있다.

원래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실제 요리를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재미도 있는 일이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요리도 예술의 일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는 말은 예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이지만, 특히 디저트는 예술적 모양(artistic imagination)의 창조품이다.

20년 전쯤에 아내가 한국을 방문해 집에 없는 틈을 타서, 갈비와 만두를 만들어 놓고 동네 친구를 저녁에 초대해 포커 게임 파티를 열고 지낸 적도 있다. 사실은 만두 만드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처지다. 한때는 만두를 제일 잘 만든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맥도널드에 만두 레시피를 팔아 용돈에라도 보탰으면 해서 회사에 접근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

요리의 비결을 하나 더 이야기한다면, 소금, 간장 그리고 설탕, 이 세 가지를 적절히 잘 배합하면 대개의 맛은 나오게 된다. 일반적인 요리는 거의 모두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특히 잘하는 요리는 볶음밥, 만두, 그리고 채소볶음이다.

우리 집안에는 요리 DNA가 내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세 딸을 두고 있는데 막내딸이 UCLA의 아트 칼리지를 졸업하고 언니를 찾아 뉴욕으로 가더니, 돌연 프랑스 요리학교에 입학하겠다고 해서 비싼 학비를 내고 졸업한 지가 4년이 되었는데 작년부터는 세계 10대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인 'PER SE'에서 배우고 있다.

어제 동네에서 은퇴 의사들과 골프를 쳤는데, 세 사람 모두 제 손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온 것을 보았다. 이제 샌드위치와 샐러드 정도는 남자가 할 요리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배워 남 주는 것 아니니 은퇴한 분들 요리 좀 배우며 사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닐지.


조동준 / 은퇴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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