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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시속 5마일 느림보 IRS

근래에 나는 황당한 일 하나를 당했었다. 국세청(IRS)으로부터 느닷없이 5만여 달러의 미납 세금 독촉장을 받은 것이다. 납세 통보서에는 아무런 설명 없이 '빚지고 있는(owe)' 미납 세금과 이자를 언제까지 보내라고 되어 있었다.

국세청에 전화를 해 보았다. '당신은 12시간 후에 차례가 되니 기다리던지…' 하는 녹음만 나온다. 지역 국세청 사무실을 찾아갔다. 건물 입구에 서 있는 경비원은 사전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IRS에 편지를 보냈다. 약 한 달쯤 후에 답신이 왔는데, 역시 아무런 설명 없이 체불 이자까지 포함해서 미납 세금을 언제까지 보내라는 통보가 전부였다.

이제 나는 이 체납 세금의 근거가 무언지를 스스로 찾아보고 연구해 보기로 작정하였다. 나의 세무사나 또 친구들과 의논도 하고 국세청의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드디어 그 체납 세금의 성격을 알아냈다. 그것은 내가 작년에 집을 새로 사서 이사했는데, '외국인 부동산 취득에 부과하는' 세금이었다. 나는 시민권자인데, 국세청이 나를 '외국인'으로 보고 그런 세금부과를 한 것이었다.



시민권 증서 사본을 첨부해서 국세청에 편지로 보냈다. 한 달쯤 후에 답신이 왔다. 거기에는 설명 없이 당신의 세금 빚은 '-0-'라는 것이 전부였다. 미국 정부기관의 변혁, 발전 속도를 앨빈 토플러는 25마일 정도라고 했는데 IRS의 업무처리 속도는 내가 보기에 5마일 정도인 것 같다.

토플러는 '변혁의 부'(Revolutionary Wealth)에서 '스피드건'을 들고 미국 사회 체제, 각 제도의 변혁, 개혁 속도를 측정한 것을 다루었다. 시속 100마일 정도로 가장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것은 '기업, 사업체' 조직들이다. 90마일 정도로 격렬하게 달리는 조직체는 시민단체들, 세 번째는 60마일로 가족제도를 들었다. 노동조합·노동 형태는 시속 30마일, 소리만 요란한 정부 관료조직과 규제기관들은 25마일, 학교·교육제도는 10마일, UN 등 국제기구들은 5마일, 의회·백악관·정당 등 정치조직은 3마일, 시속 1마일로 가장 느린 것은 법 및 법 조직이다.

미국 정부 관료기관, 정치 체제는 여전히 변혁에서 뒤처지고 있다. 지금 세계의 신흥국가들이 오히려 미국보다 더 빨리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다. 최고의 선진국, 수퍼파워를 자랑하는 미국이지만 변혁에 게을리하면 언제 세계 경쟁무대에서 뒤처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정신 차려야 할 것이다.

2018년 새해가 되었다. 우리가 사는 미국과 또 우리의 모국인 대한민국이 변혁, 전진에서 스피드들 가로막는 것들을 과감히 청산하고 더욱 발전, 성장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동시에 변개시키지 말아야 할 개인적 가치들,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회가 아무리 급속도로 변해가도 잘 지켜가야 할 것이다.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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