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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영미, 영미~ 빨리 쓸어"…'컬링 신드롬'

8승1패로 예선 1위에 환호

1962년 대한뉴스는 외국 선수들의 컬링 경기 장면을 보도하며 "열심히 비질하는 이들, 가정에서도 저렇게 깨끗이 집 안을 치울까요"라고 보도했다. 김경두(62)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은 "90년대 초반 한국에서 컬링은 '얼음판에 요강을 굴려 빗자루로 쓰는 이상한 놀이'라고 놀림을 받았다. 빙상장에 페인트로 하우스를 그렸다가 쫓겨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56년이 지난 2018년 2월, 대한민국에는 '컬링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예선 8, 9차전에서 러시아 올림픽선수(OAR)를 11-2, 덴마크를 9-3으로 꺾었다.

유일한 패배 일본과 4강 격돌

한국(세계 8위)은 세계랭킹 1~5위 캐나다·스위스·러시아·영국·스웨덴을 연파하면서 '도장 깨기'를 완성했다. 예선 1위 한국(8승1패)은 4위 일본(5승4패)과 23일 오후 8시5분 강릉컬링센터에서 4강전을 벌이게 됐다. 한국은 예선 2차전에서 일본에 5-7로 패했던 설욕에 나선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여자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은 컬링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컬링 여자 대표팀과 관련한 움짤(움직이는 짧은 영상)과 이미지·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김도연(27 ·싱어송라이터)씨가 컬링을 패러디한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다. 빙판 대신 거실 바닥에서 스톤 대신 로봇청소기를 던진 뒤 브룸 대신 막대걸레로 닦는 영상이다. 네티즌들은 '컬링이 아니라 클리닝(cleaning)이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컬링 보드게임의 장난감 판매량도 급증했다. 장난감 유통업체 아트프렌즈 신수진 대표는 "연휴 때부터 주문량이 갑자기 늘기 시작해 품절대란이 일어났다. 물량을 두 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컬링 신드롬'에 따라 여자 컬링 대표팀도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킵(주장) 김은정(28)의 별명은 '엄·근·진'이다. 2시간30분 넘는 경기 내내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한 네티즌이 만든 김은정의 무표정 시리즈도 화제다. 김은정은 환희·분노·짜증·부끄러움 같은 수십 가지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가 없다. 경기 중 체력 보충을 위해 바나나를 먹을 때도 표정이 근엄하다. 동그란 뿔테 안경을 끼는 김은정은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안경 선배에 빗대 '카리스마 안경 선배'라 불리기도 한다.

'스톤 대신 로봇청소기' 패러디

김은정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대표선발전 당시엔 상대팀의 심리전에 말려 경기를 망쳤다. 평소 마음이 약한 편인 김은정은 그 이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장반석 컬링 믹스더블 감독은 "은정이의 성격은 발랄한 편이다. 해외 전지훈련을 가면 동생들에게 돼지고기 수육과 김치찌개를 만들어줄 만큼 자상한 면모도 있다"고 전했다.

NYT "갈릭 걸스"…세계가 관심

네티즌 사이에 평창올림픽 최고 유행어는 "영미~~!"다. 영미는 리드 김영미의 이름이다. 김은정은 스위핑하는 김영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영미! 영미! 가야 돼" "영미~~ 기다려"라고 외친다. 한 네티즌은 "아내가 욕실 바닥 청소를 하며 '영미~ 영미~'를 외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란 고민 글을 올릴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주인공인 김영미는 "은정이 목소리 크기와 속도에 따라 스위핑 속도와 강도가 변한다. '영~미'라고 차분하게 말하면 준비하란 뜻이다. '영미! 영미!'라고 급하게 부르면 빨리 들어가 빨리 닦아야 한다. 내 이름을 안 부르면 세컨드 (김)선영이가 닦는다"고 설명했다.

따지고 보면 여자 컬링 대표팀 최초 설계자도 김영미다. 2007년 의성여고 동창 김은정에게 방과후 활동으로 컬링을 하자고 제안한 것도 김영미였다. 의성여중을 다니던 친동생 김경애(24)는 언니에게 물건을 갖다주러 컬링장에 들렀다가 얼떨결에 컬링에 입문하게 됐다. 김경애가 학교 칠판에 '컬링 할 사람'이라고 적자 친구 김선영(25)이 가세하면서 '팀 킴'이 완성됐다.

휴대폰 반납해 스타 된지 몰라

뉴욕타임스는 20일 "갈릭 걸스(마늘 소녀들)가 올림픽을 사로잡았다. 선수들의 고향 의성도 사랑에 빠졌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갈릭 걸스가 강팀을 연파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의성의 특산물이 마늘이기에 '갈릭 걸스'로 불리지만 이들은 좀 더 예쁜 별명을 원한다.

정작 선수들은 본인들이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스타가 됐는지 전혀 모른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지 않기 위해 선수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스마트폰을 자진 반납했기 때문이다. 21일 기자가 "영미가 평창올림픽 유행어가 됐는데 아는가"라고 묻자 김영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관중석에서 '영미'라고 적힌 플래카드는 봤다"며 웃었다.

김경애는 MP3 기기를 통해 음악 감상을 하는 게 취미다. 김은정과 김선영은 수십 권의 책을 가져와 틈틈이 독서를 즐긴다.


박린, 노진호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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