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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반짝 금메달'보다 중요한 것

제23회 평창 겨울올림픽이 지난달 폐막된 데 이어 오늘 같은 장소에서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하는 패럴림픽이 개막한다.

대한민국은 30년전인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로 종합4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우승은 단연 탁구 남자단식의 유남규·여자복식의 현정화였다.

세월이 꽤 흘렀지만 이들 두사람은 지도자로 변신한 지금까지도 선수시절처럼 1년 내내 본인을 희생하는 일과를 반복하고 있다. 유남규는 한때 "연금으로 먹고 산다"고 말했으며 현정화 역시 두 아이와 남편을 미국으로 보낸뒤 기러기 가족으로 혼자 생활하고 있다. 두사람 모두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면 은퇴이후 인생의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대부분의 메달리스트를 보면 부모의 평생 뒷바라지와 희생에 따른 경우가 많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스토리긴 하지만 평창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부모가 생업을 포기한 채 자식을 돌보고 금융기관·친지들로부터 돈을 꾸어 훈련을 소화했다는 내용도 처음 접하는 얘기가 아니다. 빈곤한 형편 때문에 여러 아이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한명에게만 가족이 '올인'했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희생은 팬과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주지만 아직 한국이 선진국과 달리 '즐기는 운동경기' 개념이 낯선 탓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겨울 스포츠 메카인 유럽·북미 선수들은 운동 외에 다양한 직업을 자랑했고 남미·아프리카 등 더운 지역에서 건너온 선수들도 성적과 상관없이 참가에 의의를 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며 칭송받았다.

반면 한국선수들에게 올림픽은 정글에서 벌어지는 인생 최대의 살벌한 격투장소였다. 개인적 성공을 위해 국가대표로 뽑히기까지 온갖 수모와 고생을 견뎌야 하며 막상 본선에서 메달(그것도 금메달만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을 따도 그 당시 잠깐일뿐, 은퇴한 이후 인생의 행복을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특히 메달밭인 쇼트트랙에서는 '짬짬이 논란'까지 불거지며 홍역을 치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엘리트 인재로 주말도 없이 훈련하고 부모 역시 이같은 무한경쟁 속에서 평생 자기 삶을 포기한 데 따른 반작용인 셈이다. 생소한 겨울올림픽에서 톱텐에 들었지만 일반시민 대다수는 이들 종목을 본 적도, 직접 경험해 본 적도 흔치 않다.

개인·주변인이 손해보며 특정목표를 달성하는 시스템은 사실 한국이 그다지 잘 살지 못하던 때 정립된 개념이다. 그러나 21세기 선진국 진입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개성을 존중하는 다양성과 창의력 발휘 방식으로 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한국·미국의 공무원 조직·대기업에 근무하는 한인 직원들이 예전 선배 세대보다 적극적이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다고 말할수 있을까. 자기만의 철학이 없고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여론이다. 창의력 부족은 나이가 들수록 고질병으로 악화된다.

초반 반짝 성공에 집중하면 고치기 어렵다. 특히 과거 수십년동안 이뤄져온 변화가 불과 몇달 만에 바뀌는 요즘 세상에서 한인들의 사고와 교육시스템 적응력은 여전히 경직된 상황이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로 대변되는 요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행동이 필수적이다.

비록 가정이지만 미국대표로 평창 올림픽 스노보드를 제패하고 9월에 아이비리그에 진학할 예정인 클로이 김(17)이 한국서 자랐다면 지금까지 입시학원서 시간을 보내고 있진 않았을까.

인구 550만명의 북유럽 노르웨이가 중학교때까지 순위를 매기지 않는 '재미있는 운동방식'으로 평창서 종합1위를 차지한 점은 한인사회에 무슨 교훈을 던져줄까. 인생에서 '반짝 금메달'보다 중요한 것은 많고도 넘친다.


봉화식 스포츠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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