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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스타벅스의 '뺄셈'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starbucks)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백경)'에 등장하는 1등 항해사 스타벅 이름에 복수 's'를 붙인 것이다. 스타벅은 선원 중 이성(理性)적 인물로, '광기의 선장' 에이허브와 기질적으로 대립한다. 에이허브 선장이 자신의 다리 하나를 먹어 치운 철천지원수 모비딕을 잡기 위해 광분하지만, 스타벅은 그 모습을 보며 무모하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긴다.

오랜 항해의 재산인 고래 기름이 포경선에서 새기 시작하자, 스타벅은 살벌한 선장에게 배를 수리하자며 며칠 간의 정박을 요구한다. 하지만, 모비딕을 잡을 생각에 혈안이 돼있는 에이허브 선장은 총까지 겨누며 "시간이 없다. 갑판으로 나가!"라며 악을 쓴다. 그러자 스타벅은 침착하게 "선장님은 선장님을 경계해야 한다"며 물러난다. 스타벅을 통해 잠시 이성을 찾은 선장은 항해를 멈추라고 명령한다.

스타벅스가 미국 내 매장 8000여 곳을 지난달 29일 4시간 정도 휴업했다. 17만 5000여 직원을 대상으로 인종 차별 방지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주문을 안 하고 그저 앉아있던 흑인 고객 2명을 경찰에 신고해 연행했고, 흑백 구분에 따라 화장실 사용을 차별하는 등 스타벅스의 이미지가 마치 고래 기름처럼 새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스타벅의 후예들'은 재빨리 항해를 멈추고 수리를 했던 것이다. 하루 반나절에 1200만 달러를 손해 봤다.

진정한 프로는 뺄셈을 우선으로 한다. 보통 사람과 기업은 재산이나 명성을 더하는 데만 애쓴다. 사과 하나를 갖고 세 개를 더하면 네 개가 되는 덧셈은 눈에 보인다. 하지만 뺄셈은 눈에 안 보일 때가 있다. 사과 하나를 갖고 세 개를 빼면…. 그래서 뺄셈은 덧셈보다 어렵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의 전용기를 10년간 몰았던 조종사 마이클 플린트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하죠?" 버핏은 일생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 25가지를 생각나는 대로 쭉 적어보라고 했다. 플린트가 적은 내용을 내보이자, 버핏은 중요하게 생각되는 5개에 동그라미를 치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 5개는 목록 A로, 나머지 20개는 목록 B로 나눴다. 둘은 목록 A의 5개 목표를 위한 실행 계획에 대해 한참을 논의했다. 나머지 20개는? 버핏은 "그건 어떻게든 피해야 목록"이라며 "A 목록 5개를 모두 달성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걸 거들떠봐서도 안 된다"고 했다.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태어난 우리에게 버리고, 지우고, 손해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공지능 로봇도 결코 지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수많은 승패의 데이터를 입력해 가며 그중 가장 빠르게 이득을 취하는 방법만을 쓴다.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는 "쓸데없는 걸 안 하는 행위가 창조다. 창세기 1장 1절에는 '태초에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니' 라고 나오는데, 혼돈에서 쓸데없는 걸 덜어내는 게 창조다"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컵은 매력적이다. 새하얀 바탕에 녹색 로고가 새로운 문명을 상징하는 표식 같다. 동그란 녹색 로고 안에는 긴 머리를 한 '세이런(Sirenㆍ흔히 사이렌)'이 들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런은 달콤한 유혹의 노래를 불러 뱃사람의 이성을 빼앗고 배를 난파시킨다. 스타벅스는 커피 맛이라는 세이런(감성)으로 유혹해 찾아 온 많은 이들에게, 스타벅(이성)을 되찾게 해주는 곳이다. 이번에 1200만 달러를 손해 보고 1등 항해사 스타벅을 되찾아 흔들리는 배를 다시 세웠다.

덧셈엔 창조적 성공이 없다. 뺄셈에 있다. 인생이란 항해에서 버릴 게 무엇인지, 손해를 제대로 보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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