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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상] 메이저리거의 귀국 이유

2014년 말이었다. 메이저리그는 방학 때다. 그러나 모두가 놀고 있는 건 아니다. 선수 수급 계획은 이 때 다 이뤄진다.

선발 투수 한 명이 시장에 나왔다. 일본인 구로다 히로키였다. 39세였지만 쓸만했다. 여전히 건강하고, 성실했다. 자기 등판 순서를 거르는 법이 거의 없었다. 원 소속 팀은 뉴욕 양키스다. 그들은 잔류시키기 위해 1500만 달러를 불렀다. 라이벌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는 그보다 많은 액수를 제안했다. 다른 몇몇 팀들도 제안서를 냈다. 나쁘지 않은 겨울이었다.

그런데 당사자의 선택은 뜻밖이었다. "이제는 돌아갈 때다." 귀국을 결심했다는 말이다. 일본 구단에서 돈을 엄청나게 불렀나? 잠시 그런 의구심도 가질만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선택한 팀은 히로시마 카프였다. 일본의 프로팀 12개 중에 가장 가난한 구단이다. 후에 연봉이 알려졌다. 4억엔이었다. 400만 달러가 조금 안되는 액수였다. 이상하다. 미국에 남았으면 그보다 4배는 더 받을 수 있었다.

히로시마는 그가 본래 뛰던 곳이다. 흔히 말하는 친정 팀이다. 아마추어 시절 별 볼 일 없던 구로다를 입단시켜 1급 투수로 성장시킨 곳이기도 하다.



히로시마 팬들과 그의 관계는 특별했다. 특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을 때 일화가 유명하다. 당사자에게는 큰 돈을 벌 기회다. 요미우리나 한신 같은 부자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을 떠나는 게 기정사실처럼 굳어졌던 마지막 홈 경기 때였다. 관중석에 초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이런 글귀였다. '우리는 함께 싸웠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그대가 눈물을 흘린다면 그 눈물까지 되어주리라.'

그걸 본 구로다는 결국 FA 자격을 포기했다. "내가 만약 다른 유니폼을 입고 와서 저들 앞에서 공을 던진다면 그건 정말로 말도 안되는 일일 것이다." 이 얘기는 후에 만화로도 만들어졌다. 유명한 '평생 히로시마 선언'이다.

몇 년 뒤 아메리칸 드림에 도전했다. 첫 행선지는 LA 다저스였다. 미국으로 떠나면서 히로시마의 팬들과 약속했다. "설레는 마음 따위는 없다. 전쟁터로 가는 기분이다. 모든 것을 태우겠다. 그리고 반드시 돌아오겠다." 물론 그 나름의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선수 생활의 멋진 마무리? 아니다.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 히로시마를 위해서 던질 수 있을 때 다시 돌아오겠다."

약속은 7년 뒤에 지켜졌다. 그것 때문에 1500만 달러를 포기한 것이다. 연봉이 1/4 토막나는 걸 감수한 것이다. 복귀해서 2시즌을 뛰었다. 매년 10승을 넘겼다. 2년째는 팀을 일본시리즈까지 진출시켰다(준우승). 그리고 은퇴를 택했다.

오승환이 잠시 귀국했다. 인천 공항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뜻밖의 코멘트가 나왔다. "사실 한국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오랜 해외 생활로 많이 지친 것도 사실이다." 일본에서 2년, 미국에서도 3년을 보냈다. 지친다는 표현에 수긍이 간다.

그러나 돌부처의 복귀는 쉽지않다. 콜로라도와 계약이 1년 남아있다. 로키스가 부담없는 연봉(250만 달러)의 알짜 불펜 투수를 그냥 놔줄 리 만무하다.

물론 복귀하고 싶은 이유가 힘들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구로다 히로키와 비슷한 마음처럼 보인다. 인천공항 기자회견에서 이런 얘기도 있었다. "내가 힘이 다 떨어져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그게 (내년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친정 팀은 삼성 라이온즈다. 그가 있을 때는 한국시리즈를 5번이나 제패하며 왕조를 이룩했다. 그러나 요즘은 영 시원치 않다. 3년째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수호신을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간절해졌다. 타향살이의 힘겨움과, 친정팀의 몰락. 그의 심경이 어지러운 이유를 알 것 같다.


백종인 /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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