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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자카란다 피는 오월에

보랏빛 꽃이 흐드러진다. 아련한 이맘때면 자카란다는 화려한 보랏빛으로 온 세상을 색칠한다. 나무는 황홀한 햇살 아래 신비한 꿈을 꾸는 듯하다. 어머니 날 즈음에 피는 꽃이기에 어쩌면 모성애는 보랏빛 일 듯도 싶다.

자카란다 가지가 아래로 향한 것을 보면 나무는 벌써부터 자식 사랑이 내리사랑이란 것을 알고 있었나 보다. 오월이면 피어나 어머니의 사랑을 예찬하는 듯한 보랏빛 꽃은, 붉은 색과 파란 빛의 합성이다. 파란빛이 이성적인 사고를 의미한다면 붉은색은 정열과 따뜻한 사랑일 것이다.

따스한 사랑과 이성적인 사고가 합친 어머니를 닮은 보랏빛 자카란다 꽃. 그것은 오월의 붉은 해와 파란 하늘이 만든 보랏빛이기에, 어머니같이 따사롭고 끝없이 넓은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하늘의 순리와 자연의 이치를 아우르는 자카란다처럼, 하늘의 순리와 세상의 도리를 잊을 만하면 일깨워주셨다.

자식에게 고루 펴진 엄마의 사랑같이 나무 전체를 덮은 자카란다 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전신에 행복의 옷을 걸친 듯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 자카란다 꽃은 마구 쏟아지는 기쁨같다. 차가운 겨울의 침묵과 앙상한 별밤을 세워 지킨 인내가 마침내 보랏빛 웃음꽃으로 피어난다. 바람이 불자 자카란다는 온몸을 흔들며 세상을 향해 흐드러지게 웃는다. 웃을 때마다 단내 나던 삶은 아름답게 피어나고, 힘겹던 삶은 기쁨으로 물결친다. 삶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땅속 깊이 뿌리내려 결국은 살아남는 것이라며 꽃은 설법하는 듯도 싶다.



떨어진 꽃잎은 부드러운 살을 드러낸 채 나비처럼 누웠다. 나무에 매달려 한 생(生), 땅에 누워 다음 생을 사는 자카란다 꽃. 부드럽고 파르르한 삶이 바람같이 사라지면 나무는 자신의 DNA를 까만 씨에 농축시켜 딱딱한 갈색 지갑에 보관한다. 어찌 보면 아름답고 화려한 보랏빛 꽃은 보석같은 씨를 만들려 그리 오래 기다렸나 보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하려고 엄마가 힘든 세월 속에 힘을 다해 삶을 지켜냈 듯, 늙고 초라한 어머니의 뼈같은 자카란다의 씨주머니는 앙상하지만 미래의 씨앗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봄마다 자카란다가 새로운 보랏빛 꽃을 피우듯, 지구별이 존재하는 한 꽃과 씨앗의 이어짐은 되풀이 될 것이다. 103세를 사신 외할머니가 98세의 어머니를 낳고, 엄마를 통해 생산된 내가 다시 딸을 낳으며, 꽃의 생산은 이어질 것이다. 지구별의 삶이 오월의 자카란다 꽃으로 피어나는 봄, 아름다운 생명의 봄에 흠뻑 빠진다.


김영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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