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동서양 잇는 사후세계, 저승에 빠진 극장가

영화 '신과함께' 관객 1300만 돌파
할리우드 애니 '코코'도 100만 넘어

과연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까 싶었던 영화계 안팎의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가 됐다.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이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된 데 이어 관객 1300만 고지까지 넘었다.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올여름 개봉할 2편과 합쳐 350억 원.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1·2편이 각각 600만 명, 도합 1200만 명은 관람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 규모다.

16일 기준으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집계된 '신과함께' 관객수는 1303만여 명. 국내 극장가 역대 흥행 순위 5위, 한국영화로는 4위에 올랐다. '신과함께'는 마케팅비를 제외한 1·2편의 순제작비를 이번에 개봉한 1편만으로도 이미 회수한 셈이다.

이런 흥행성적은 사후세계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데다 지나치게 신파적이라는 비판까지 넘어선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신과함께'는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젊은 소방관 자홍(차태현 분)이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 등 삼차사의 안내를 받아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받는 얘기다. 미션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판타지 게임을 연상시키는 설정인데 이를 통해 자홍의 생전 모습이 조금씩 드러난다. 특히 어머니에게 지극정성인 듯 보이던 자홍이 마음에 품어온 죄의식과 어린 시절의 경험은 점차 관객의 눈물샘을 터뜨리는 뇌관이 된다.



'신과함께'의 흥행에 대해 영화평론가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국내 영화에서 별로 보지 못한 사후세계의 이런저런 풍경도를 제시하는 데 일단 성공한데다, 노골적이란 걸 알면서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모성애 멜로 드라마가 위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대로 "부재한 아버지, 병든 어머니, 가난한 살림"으로 요약되는 자홍네 형편은 진부하리 만큼 낯익은 것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감성적 폭발력을 발휘하는 배경이 됐다. 여기에 더해 군복무 중 의문사라는 또 다른 비극도 묵직하게 다뤄진다. 극 중 강림은 제대를 앞두고 억울하게 숨져 원귀가 된 병사의 일로도 동분서주한다.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가족관객까지 겨냥한 영화에서 사후세계를 통해 죽음을 다룬 데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오히려 공감할 거라고 믿었다"고 밝혔다.

원 대표는 "원작 웹툰에서 검증받은 대로, 사후에 누군가 자신을 옹호해주고 잘못된 행동의 이면을 읽어주고 왜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대변해준다는 것이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랐고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비문학 전문가로 '우리 신화 상상 여행'(나라말) 등을 펴낸 신동흔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자홍 형제나 과거를 잊은 삼차사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주목한 주제는 한풀이"라며 "우리 신화에서는 맺힌 한을 풀어내는 게 핵심요소로 원귀도 한이 풀리면 신이 되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신과함께'가 그려내는 사후세계는 원작 웹툰에서부터 설화, 민간신앙 등 우리네 전통문화에 바탕한 부분이 많다. 삼차사가 대표적이다. 신 교수는 "강림도령은 우리 신화 '차사본풀이'에 나오는 인물"이라며 "본래 저승 아닌 이승의 차사였는데 강림도령이 저승에서 염라대왕을 붙잡아 오고 나중에 염라대왕이 강림도령을 저승에 데려가 차사로 삼는 내용이 '차사본풀이'에 자세히 다뤄진다. 여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화에서도 저승사자는 항상 삼차사가 함께 다니고 해원맥·이덕춘 같은 영화에 쓰인 이름들도 신화에 가끔 나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염라와 삼차사, 해원맥과 강림 등 서로의 관계가 군대의 선임·후임처럼 수직적인 것"은 아쉬움으로 꼽았다. 신 교수는 "원래 우리 신화는 신들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각자 역할을 감당하는 독립적 권한이 있다"며 "삼차사도 위계관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과함께'는 이미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데 이어 중국 개봉도 조심스레 타진하고 있다. 한한령 이후로 최근 1년 남짓 동안 중국에 개봉한 한국영화는 한 편도 없는 상태다. 또 중국의 심의기준으로는 귀신 같은 비현실적 존재가 영화에 나오는 것이 금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는 개봉은 물론 흥행에도 크게 성공해 할리우드를 놀라게 했다. 주인공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어린 소년. 멕시코 전통 기념일인 '죽은 자의 날'에 소년이 우연히 사후세계에 가서 고조할머니를 비롯한 세상 떠난 지 오랜 가족과 만나 겪는 이야기다. 사후세계 판타지를 통해 가족애 등을 담아낸 '코코'는 중국 극장가에서 '주토피아'에 이어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2위까지 올랐다.

한편 한국 극장가에서 '신과함께'는 개봉 5주차인 현재에도 평일 하루 10만 안팎의 관객이 들고 있어 역대 흥행 순위는 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 흥행작은 '명량'(1761만), 다음이 '국제시장'(1425만), '아바타'(1362만), '베테랑'(1341만) 순이다.


이후남·나원정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