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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가 바라본 바울의 삶

김정·영화평론가
김정·영화평론가

[LA중앙일보] 발행 2018/03/30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8/03/29 20:45

바울, 그리스도의 사도

누가 역의 짐 캐비젤과 사도바울 역의 제임스 포크너 [ⓒ2018 CTMG]

누가 역의 짐 캐비젤과 사도바울 역의 제임스 포크너 [ⓒ2018 CTMG]

성인(聖人)의 인생을 영화 한편에 담는다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성경과 신앙을 소재로 한 '기독교적' 영화는 제작진의 재해석의 정도에 따라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그랬다. 그러나 영화 '바울, 그리스도의 사도'는 바울이 순교하기 전, 그의 극적 심리 상태를 성서적 기록에 바탕을 두고 해석했고 복음 전파의 진정성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제작에 참여한 ODB 필름은 가톨릭의 색채가 진한 영화들을 제작해왔다. 성모 마리아의 삶을 그렸던 수작 '풀 오브 그레이스 (Full of Grace)'는 OBD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부활절 고난 주간에 맞추어 개봉하는 이 영화는 기독교 신앙을 소재로 한 '기독교 영화'이다. 고난주간이 예수 생애의 마지막 일주일이었듯 이 영화는 '작은 예수' 바울의 마지막 며칠의 삶을, 그의 충실한 동역자 누가의 시각과 내레이션을 통해 그려나간다.

67년 로마제국의 네로 황제는 자신이 저지른 대화제의 원인을 '신흥종교'인 기독교에 책임을 덮어씌우고 기독교도들을 사회혼란 해결의 희생양으로 삼아 박해를 가한다.

잔혹하게 희생되어 가는 기독교인들의 순교 장면은 자못 처절하다. 믿음을 포기하지 않은 채 네로의 서커스장 사자들의 먹이감으로, 길거리에서 불에 타 숨져가는 처절한 박해의 현장이 매우 극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처참하게 가해지는 박해에도 불구하고 죽는 순간까지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던 기독교인들의 모습에는, 목숨과 믿음 사이에서 번민하는 그들의 정신적 갈등이 솔직하고도 밀도 있게 묘사되고 있다.

예수의 충실한 사도로서, 철학과 논리에 능통했던 종교지도자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복음을 위해 성인의 희생적 삶을 살았던 사도바울의 내면 세계에 이처럼 진지하고 깊이 있게 접근했던 영화는 없었다.

'왕좌의 게임'을 통해 낯이 익은 제임스 포크너가 사도 바울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로 출연했던 짐 카비젤이 누가 역을 맡아 '조화와 대조'의 연기를 보여준다. 포크너의 연기는 이 영화의 단연 압권이다. 얼마 남지 않은 지상에서의 삶을 마감해야 하는 사도의 고뇌가 그의 연기에 진솔하게 담겨있다. 오랜 병을 앓아 할 쇠진해진 그의 심신이지만, 그의 시선에는 아직도 강렬한 믿음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사도행전을 집필해 세계사의 '영적 지도'를 바꾸어 놓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누가 역의 카비젤 또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제어된 연기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포크너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카비젤과의 조화와 대조에서 빛을 발한다. 육과 영, 삶과 죽음, 복음을 위한 희생, 자아와의 갈등 등에 관한 진지한 논쟁에 영화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연극 무대에 선 배우들이 객석을 향해 외치는 듯 연출된 대사의 처리 방식이 이채롭다.

바울은 평생 질병을 지니고 고통스럽게 살다 생을 마감했다. 자신의 육체의 고통을, 그를 자만하지 않게 하려 한 하나님의 사랑으로 받아들였다. 대신 의사였던 누가가 그의 곁을 지켰다. 누가와 바울의 동지애, 형제애에 진한 감동이 있다. 세상의 편안함을 과감히 버리고 "모두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이 영화를 통해 오늘 날 복음 전하기를 중단한 기독교인들에게 계몽적 메시지를 던진다.

핍박 속에서도 끝까지 평화와 사랑과 관용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도바울의 삶을 통해, 우리들의 번민과 신앙을 영화 속에 투영해 보며, 스스로 죽임을 당하고 부활했던 예수 수난의 노고를 경건히 묵상해보는 기회를 가져 봄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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