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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와 구조…긴박감 넘치는 스릴러

김정(영화평론가)
김정(영화평론가)

[LA중앙일보] 발행 2018/04/13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8/04/12 18:15

로사문드 파이크(왼쪽, 샌디 크롤러역)와 존 햄(중간, 메이슨 스카일스역)

로사문드 파이크(왼쪽, 샌디 크롤러역)와 존 햄(중간, 메이슨 스카일스역)

'베이루트'

감독: 브래드 앤더슨
출연: 존 햄, 로사문드 파이크
등급: R
상영극장: The Landmark, AMC Theatres


지중해와 중동 사막지대의 접점에 위치한 레바논은 지정학적으로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곳이다. 레바논은 종교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이 만나는 곳이며 이스라엘의 이웃국으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도피처기도 하다. 한때 '중동의 파리'라 불려질 정도로 아름답고 풍요로웠던 도시가 화약고로 전락해 버린 이유가 영화 '베이루트'의 보이지 않는 배경이다.

뮌헨 올림픽 이스라엘 선수촌 납치 테러가 발생했던 해인 1972년의 베이루트. 레바논으로 이주한 팔레스타인들의, 이스라엘인들을 타깃으로 한 보복 테러가 한창이던 때이다. 그 해에 베이루트에서 테러로 아내를 잃은 미국의 외교관 메이슨(존 햄분)이 10년 후 다시 베이루트로 돌아온다.

테러범들이 납치한 CIA요원의 친구 메이슨을 포로교환 협상의 중재자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10년 전 입양하려 했던 팔레스타인 소년 카림이 성인이 되어 협상을 지휘하고 있다. CIA와 백악관은 알코올중독자로 메이슨이 탐탁지 않다. 그가 과연 이 중대한 중재자의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10년후 다시 보는 베이루트는 처절한 내전으로 갈기갈기 찢기어 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은 이 도시를 초토화시켰다. 베이루트에서의 테러는 일상에 가깝다. 베이루트 사람들은 폭파물이 터져 건물이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이 '일상'에 너무도 익숙해 있다. 팔레스타인 땅에서 마지막 한 명의 유대인이 사라져 없어질 때까지 타협은 없다고 선언한 무슬림 초강경 과격 테러집단이 등장하고 그들을 상대하는 미국의 정치인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이스라엘의 고위직 군부 조직 사이에 얽혀있는 음모와 비리가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TV 드라마 '매드맨(Mad Men)' 이후 이렇다 할 출연작을 찾지 못하던 존 햄은 이 작품으로 영화로의 전향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매드맨'에서 술을 즐기던 단 드레이퍼의 모습이 연상된다. 알코올중독자이지만 기발하고 민첩한 활약으로 포로교환 협상을 극적으로 이루어내는 메이슨 역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브래드 앤더슨 감독은 이스라엘들이나 팔레스타인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중립적 입장과 진실을 숨기는 부당한 다수의 무리들을 비판하는 톤으로 영화를 전개시켜 나간다. 스릴러 형식의 박진감, 납치와 구조라는 대치상황의 긴박감이 스크린에 살아있다.

등장인물들의 후기 형식을 띤 엔딩은 몽타주 뉴스장면으로 처리됐다. 감독의 객관적 중립성을 시사하는 의미인 듯하다. '마이클 크레이튼'에서의 중량감 있는 시나리오로 인정받았던 토니 길로이의 스크립도 돋보인다.

지난 해 12월 도널드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테러는 팔레스타인들만이 자행하는 그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다. 자본주의 사회의 미디어들은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나는 테러 사태는 앞다투어 보도하면서 베이루트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이 벌이는 테러는 정당한 '반격'으로 표현한다. 정의와 진실은 담합과 음모로 철저히 감추어져 있다. 그들에게 필요할 때에만 비로소 '폭로'라는 도구로 세상에 알려진다. 엄청난 불공정과 오류가 인류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이 영화는 서구의 자본주의, 유대인들의 재력, 돈과 타협하는 관료들의 극우적 이기주의가 얽혀 있는 오늘 이 시대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35년전 베이루트의 부패 현장을 밀도있게 포착, 극화한 스릴러이자 정치드라마이다. 인류에게 내려진 형벌의 현장 베이루트. 중동의 대자연은 평화롭기만 한데 부질없는 인간들은 오늘도 피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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