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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묘사와 킬러 연기 돋보이는 서스펜스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
감독: 린 램지
출연: 호아킨 피닉스, 이카테리나 삼소노브
등급: R
상영극장: ArcLight Hollywood


이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택시 드라이버'를 연상시킨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1976년도 작품으로 로버트 드 니로의 출세작이기도 했던 '택시 드라이버'의 스토리와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상당 부분 유사하다.

미국에서보다 칸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던 점도 그렇다. 2017년 칸 영화제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남우 주연상을, 감독 린 램지가 각색상을 수상했고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떠오르면서 이번 4월의 대개봉을 기대케 했던 영화이다. 스토리텔링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택시 드라이버'처럼 주인공의 캐릭터 묘사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이다.

뉴욕 주상원의원 앨버트 보토(Votto)의 어린 딸 니나가 납치된다. 범인들은 어린 소녀들을 전문적으로 납치, 상류사회 부유층에게 성 노예로 넘기는 잔인한 조직이다. 보토는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청부업자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전직 FBI 에이전트 조(Joe, 호아킨 피닉스 분)가 해결사로 선택된다.



조는 보토가 정치적 출세를 위해 상류층 유력 인사들을 접촉했고 그 중 누군가가 니나를 지목한 후 니나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니나를 구출하지만 아버지에게 데려다 주려는 순간, 보토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조 자신도 목숨이 위태로운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버린다. 상류층의 위력을 지닌 자들이 자행해온 변태적 유희와 납치에 얽힌 음모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 조를 응징하려는 조직들의 숨가쁜 추적이 이어진다.

조의 자살 충동은 거의 그의 일상에 가깝다. 좀처럼 그의 내면을 읽을 수 없다. 그의 심리 깊숙이에는 뭔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잠재해 있다.

조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들이 프레시백으로 지나간다. 망치를 들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망치는 아버지로부터 기인한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물체이며 동시에 킬러 조의 무기이기도 하다.

청부업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마지막 미션에 등장하는 의외성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던 사건에 휘말려 청부업자들은 냉철과 냉혹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인간적 취약점들을 드러내고 만다. 망치를 흉기로 사용하는 조의 무자비한 살인 장면들 속에서도 동정심이 유발되는 이유는 조를 고통의 주체로 표현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로 보여진다.

린 램지 감독은 동기에 대한 설명을 되도록 생략한다. 램지는 설명으로 이야기들을 엮어 나가는 전통적 내러티브 방식을 거부한다. 꿈에서 펼쳐지는 듯한 이미지들로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한다.

램지는 카타르시스를 거부하는 대신 냉정하고 차가운 진실을 조의 고통 속에 담고자 했다. 조의 어두운 과거와 그로 인한 자살 충동, 그리고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환영들은 관객들에게는 가슴 아프게 전달되는 영화적 경험이다.

피닉스의 과거 역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조는 쉽게 받아들이기에 '불편한' 캐릭터이다. 조에게 있어 세상은 지나치게 환하고 시끄럽고 거추장스럽다.

조에 대한 공감은, 불안한 정신세계의 소유자 조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재창조 해낸 호아킨 피닉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딘가 늘 불편해 보이는 그의 육체적 상태, 사람들에게는 괴리감으로 전달되는 조의 이상한 행동들에서 우리는 로버트 드 니로가 택시드라이버에서 연기했던, 이 시대 버전의 '트래비스 비클'과 다시 만나게 된다.

택시 드라이버가 드 니로의 영화였듯, 이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이다.

킬러 조를 통해 이루어낸 캐릭터 영역의 확장에서 그의 열정이 감지된다. 좋은 배우는 틀 안에 안주하지 않는 배우이다. 어찌 보면 피닉스은 시대 최고의 캐릭터 배우이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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