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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버리고 자유와 독립 선택한 여인의 삶

캐리 멀리건의 연기 돋보여
60년대 핵가족의 가정사

와일드 라이프(Wildlife)
감독: 폴 데이노
출연: 제이크 질렌할, 캐리 멀리건, 에드 옥슨볼드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44분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와일드라이프(Wildlife)는 연기파 여배우 캐리 멀리건의 색다른 연기와 이 영화로 감독 데뷔를 한 폴 데이노의 사색 깊고 잔잔한 연출력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와일드라이프는 1960년대 몬태나주로 갓 이주한 브린슨 가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14세 소년 조(에드 옥슨볼드)와 그의 부모 재닛(캐리 멀리건)과 제리(제이크 질렌할)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 브린슨 패밀리는 적어도 영화 초반에는 단란한 가정처럼 보인다. 이들은 60년대의 미국의 가족 형태로 형성되기 시작한 '핵가족'의 한 단면을 상징하고 있다.

사람 좋은 가장 제리는 골프장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이 너무 좋아 골프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는다. 제리의 갑작스러운 해고로 브린슨 가정의 경제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화목해 보이던 이 가정에 서서히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이 감지된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은 제리는 캐나다 국경의 산불 진화 작업에 고용되어 잠시 집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산불 진화 작업이 위험한 일이라고 믿는 재닛과 조가 극구 반대하지만 결국 제리는 몇달간 집을 비우기로 작정한다.

이후 영화는 혼자 남아 가정을 이끌어야 하는 재닛의 행동거지에 포커스를 맞추며 변화하기 시작하는 그녀의 심리과정에 집중한다. 어머니 재닛의 변모 과정을 지켜 보며 조는 혼돈과 앞날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루 하루를 보낸다.

재닛은 생계를 위해 남편이 집을 떠난 있는 사이 바람을 피우는 용서 받을 수 없는 여인이다. 그것도 어린 아들의 존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외간 남자를 집으로까지 끌어들인다. 생계를 위해 집을 떠난 남편의 무능함에 대한 불만이 서서히 그녀를 외도하는 여인으로 만들어 간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제는 가정부인의 외도에 있지 않다.

최근작 '머드바운드', '에듀케이션' 등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쳐 연기파 여배우로 주목 받아온 캐리 멀리건이 다시 한번 오스카상급의 연기를 펼친다. 그녀는, 여성의 권위가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던 시절인 60년대 미국 여성의 갈등하는 자아의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영국배우임에도 '위대한 개츠비', '머드바운드' 등 미국의 시대극을 잘 소화해냈던 캐리건은 이번에도 60년대의 미국적 뉘앙스를 여주인공 재닛에게 투영하고 있다. 사회가 아직 인정하지 않는 그녀의 자유의지와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재닛의 심리상태는 이 영화의 가장 주된 소재이다.

폴 데이노 감독은 브린슨 가정의 붕괴되어 가는 과정에 세밀하게 집중하면서도 외도한 여성 재닛에 대해 도덕적 가치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대신 가정을 버리고 자유로운 삶과 독립을 선택하는 재닛의 결정을 존중하는 자세를 취한다.

자신의 외도를, 아들에게조차도 숨기지 않는 그녀의 솔직함을 데이노는 재닛의 인간다움으로 채색한다. 재닛이 외도의 현장에 함께 초대된 아들에게 이 보다 다 좋은 계획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하는, 관객에게는 불편하기만 이 장면에서 데이노는 자신의 여주인공 재닛을 넓은 이해심으로 감싸 안는다.

가정의 위기 상황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열등감의 소유자 제리에게는 동정심이 부여된다. 사랑하는 아내를 포기해야 하는 제리에게는 이미 독립을 선언한 재닛의 마음을 돌리기에 너무도 역부족이다. 질렌할은 제리의 혼돈스러움, 방황, 울분과 분노를 설득력 있게 연기하고 있다.

와일드라이프의 최대의 성과는 무엇보다도 14세 소년 조를 연기한 에디 옥슨볼드이다. 붕괴되는 가정을 관찰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불안 심리,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하며 방관아닌 방관, 관찰 아닌 관찰자의 기묘한 상황에 처한 조 역을 옥슨볼드는 훌륭히 연기해냈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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