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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숨진 종군기자의 감동 넘치는 삶

파이크의 온몸 연기, 오스카상 후보 물망

프라이비트 워(A Private War)
감독: 매튜 하이네만
출연: 로저문드 파이크, 제이미 도넌, 스탠리 투찌
장르: 드라마
등급: R


우리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위대한 삶들이 있다.

가슴을 때리는 진한 감동과 상상조차 하기 힘든 용기가 배어있는 위대한 삶. 그들의 삶에는 한결같이 휴머니즘이 깔려있다. 인간이기에 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에 사람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휴머니즘.

종군기자 매리 콜빈(Marie Colvin)의 삶이 그랬다. 처음엔 특종을 위한 만용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전장이 일터였던 그녀는 죽음이 바로 눈 앞에 보여도 취재 현장을 향한 일보를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시리아의 무고한 난민들과 함께 전장에서 죽어갔다.



'프라이비트 워'는 종군기자 매리 콜빈의 위대한 삶과 장엄한 죽음을 그린 영화이다. 20년 넘게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을 떠나지 않았던 선타임즈의 베테랑 기자 콜빈은 스리랑카 내전을 취재하는 중 수류탄을 맞고 한쪽 눈을 잃어버린다. 전쟁에서 보았던 수많은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콜빈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장을 찾아 나선다.

그녀는 사랑도 포기한 채, 몇 년 후 다시 시리아 내전 취재에 나서고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거점인 홈스시의 중심부에 잠입한다. 콜빈은 CNN과의 마지막 감동적 라이브 인터뷰를 끝으로 다음 날 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 포격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56세의 나이를 일기로 자신의 '일터 현장'에서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다.

콜빈의 용기는 결코 만용이 아니었다.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기자의 투철한 직업의식이었고 아무런 죄도 없이 희생되어가는 시리아 사람들을 위한 위대한 휴머니즘의 발로였다.

로저먼드 파이크(Rosamund Pike)가 그녀의 배우 일생 일대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본드걸의 엄청난 변화이다. 2002년 007시리즈 '언아더 데이(Another Day)'에 본드 걸 미란다 프로스트 역으로 세상에 알려진 파이크는 이후 완전히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금발에 또렷한 이목구비,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맵시 덕분에 우아하고 고결한 배역들에 줄곧 캐스팅되었다.

파이크는 2014년 심리 스릴러 '나를 찾아줘 (Gone Girl)'로 하이라이트를 맞으며 이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비롯한 주요 영화상에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다.

영화는 종종 온전히 배우의 역량을 통해서만 완성의 경지에 오르는 경우들이 있다.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을 집어삼킬지도 모를, 대체 불가능한 역할에 도전해보고자 한다. 완벽을 향한 작품성, 그 장인의 퍼즐게임의 마지막 한 조각을 채울 특권은 오직 배우에게만 허락된다.

프라이빗 워는 로저먼드 파이크로 인해 시작되고 그녀로 인하여 끝을 맺는 파이크의 영화이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파이크는 매리 콜빈의 위대한 삶에 눈물의 감동을 더한다. 그녀의 강렬한 온몸 연기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이 영화로 로저먼드 파이크는 오스카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것이 분명하다.

시리아에서 지하에서 활동하는 시민 기자들의 믿기 힘든 이야기를 다루었던, 또 다른 형태의 전쟁 다큐 '유령의 도시(City of Gods)'를 연출했던 매튜 하아네만이 파이크의 연기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배려심 연출력을 보여 주고 있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제이미 도넌이 콜린의 파트너 사진기자 폴 컨로이 역으로 좋은 연기를 보인다.

죽었어도 살아 숨쉬는, 참으로 감동 넘치는 위대한 삶이었다. 매리 콜빈은 자신이 목숨을 버려 행하여도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우리에게 가슴 뜨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휴머니즘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임을.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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