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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나누기도 빼기도 안 된다

반들거리는 마룻바닥을 설렁 훔치는 시늉만 하고는 잽싸게 샐비어가 환하게 피어있는 마당으로 뛰쳐나간다.

여름 하늘이 손짓하며 부르는데 겨우 걸레질이라니. 청소를 시키셨던 선생님은 아이들 간식 산다고 나가셨건만 여까지 와서 먼지만 털다 갈 생각인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어느새 마당은 아이들 발자국으로 가득 차고 귀퉁이마다 줄넘기에 망까기까지 소란하다. 그렇게 교회 앞마당은 가득해졌다.

그때, 두 남자아이가 주먹까지 말아쥐고 싸우기 시작했다. 땅따먹기 하던 아이들이었는데 금 긋다가 그리 된 모양이다. 여긴 내 땅이야, 아니야 내 땅이야 하며 서로 얼굴이 벌게져 싸우고 있었다. 마침 들어오시던 목사님이 아이들을 보시고는 무슨 일이냐 물으셨다. 자초지종을 들으시더니 눈썹이 팔자가 되셨다.

"이놈들, 여긴 교회 땅이다".



어쩌면 우리의 하루는 무척 복잡해진 땅따먹기 같다. 어릴 적은 세 번 만에 다시 돌아오면 살았다. 이제는 그렇게 하면 아예 나가지도 못한다. 반칙으로 반칙에 맞서야 하는 복잡한 세상에 복잡한 어른이 된 것이다. 자기가 영원히 가질 수 있는 땅도 없고, 영원히 즐길 힘도 없으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내 땅이라는 푯말을 꽂으려 한다. 잠시 들렀다 가는 땅이란 적어도 우리 마음엔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우리 자신 외에 그 무엇도 가질 수 없다. 우리 자신조차도 사실 죽음을 만나면 그조차 지킬 수 없다. 우리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우리는 창조자가 아니다. 우리는 피조물이다. 우리는 사물만이 아니라 사랑도, 기쁨도, 행복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우리는 창조주에게 끊임없이 받는다. 이쯤 되면 자신을 낮출 만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못 가진다는 것을 알수록 우리는 더 가지려 하고 더 열렬해진다.

온 힘을 다해 번듯한 예배당에 교회로 모이게 되었다. 목사는 당연히 이 교회의 창조자가 아니다. 그런데 창조자가 되었다. 아무것도 자기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는 내 것이다. 훔친 것이다. 이러면서 하나님이 다 하셨다고 하니 하나님도 도둑이 될 판이다. 주인은 도둑이 될 수 없다. 그런데 하나님을 도둑으로 만들어서라도 내가 가지려는 것이 우리들이다. 강도의 소굴이다.

내 땅이 아니다. 그런데 내 땅에 산다고 움켜쥔다면 결국 모두 사라질 것들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땅에 내가 산다면 우리는 서로 선을 그을 필요도, 내 것이라고 싸울 이유도 없다. 우리는 진정 나누기도 빼기도 안 되는 가족이다. 이것이 교회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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