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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이매방춤 공연리뷰] 또 한명의 명인 탄생을 기대

이병임 / 무용평론가
이병임 / 무용평론가

[LA중앙일보] 발행 2018/08/25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8/08/24 21:11

우봉은 참으로 격동의 현대사가 낳은 우리 시대의 춤꾼이었다. 그는 1920년대 7살의 나이에 '권번'에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권번은 기생을 육성하는 기생조합 같은 곳을 말하는데 우봉은 목포의 권번장 함국향의 눈에 들어 처음 춤을 배우게 됐고 이대조 명인으로부터 승무와 검무 등을 학습하며 본격적인 춤 인생에 발을 디뎌 놓았다.

당시는 춤이 천민 계급이었던 광대나 쟁이들만의 전유물(?)이던 시절이었다. 더더욱 우봉이 춤을 배우던 그 시절엔 춤을 추는 남자가 없었기 때문에 우봉은 여성적인 춤을 추어야 했다. 우봉의 춤은 여성보다 더 여성적인 요염함이 배어 있어 실지로 관객들은 그를 여자로 알았다. 우봉은 이후 남성과 여성의 성벽을 뛰어넘는 요염한 자태와 '끼'로 춤판을 사로잡았다.

이매방의 춤기법은 다양했지만 그의 춤은 철저하게 호남의 한과 신명에 바탕하였다. 춤사위는 늘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정중동의 몸놀림과 관객을 어우르는 그의 즉흥은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가히 유아독존의 경지였다.

이매방은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유일하게 무형 문화재 두 종목을 보유한 명인 중 명인이었다.

우봉은 지난 2015년 타계하기까지 수많은 이수자를 배출하였다. 특히 그가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후에는 중견급 이상의 무용가들이 이매방의 문화에 들어가 그에게서 승무와 살풀이를 사사하였다. 김묘선은 비교적 늦은 시기에 이매방의 제자가 되었지만 우봉이 타계하기 전 스승에 의하여 승무의 '전수교육조교'로 지정되었고 이후 승무전수소를 개설하여 이매방류의 승무를 보급하는 일에 전념해 오고 있다.

김묘선이 설립한 이매방춤보전회 남가주지회가 지난 16일 LA한국문화원의 2018 아리홀 프로젝트 공연을 가졌다. 김묘선은 살풀이와 승무를 추었다. 내게는, 한동안 미국생활을 같이했던 김묘선이 전수조교가 되어 돌아온 반가운 무대였고 10여 년만의 재회이기도 했다.

우봉이 세상을 떠난 후, 이매방류 승무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무보를 몸에 익히고 있는 무용가는 김묘선이다. 이는, 그가 '전수조교'라는 타이틀이 지니고 있는 공식적 측면에서 그렇고, 무르익어야만 제맛이 나오는 이매방 춤이 지닌, 곰삭음의 미학을 표현해내는 예능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김묘선은 이번 공연에서 번민을 의미하는 염불 장단과 해탈을 표현하는 휘모리를 연기했다. 차분히 가라앉은 안정감과 다이내믹의 적절한 조화를 간략하고 깔끔하게 표현했다.

1920년대 스승 이매방이 시작했던 근 100여 년에 가까운 춤 여정의 결정체는 오늘 날 김묘선의 승무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김묘선은 이제, 오로지 춤만을 추었고 춤만을 사랑했으며 춤만으로 인생을 살다간 스승 우봉의 춤 정신을 이어가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매방 춤의 세계성과 독창성, 예술성을 알리고 확인하는 작업의 주체가 되어 이매방 춤의 원형 보존과 전승에 평생을 바치는 또 하나의 명인으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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