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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절절한 가을이 되기를

한성윤 목사/나성남포교회
한성윤 목사/나성남포교회

[LA중앙일보] 발행 2018/08/28 종교 23면 기사입력 2018/08/27 18:50

가을이 눈앞에 왔다. 여전히 현란한 청록 잎새 사이로 익어가는 열매 위에 내려앉았다. 만산을 붉게 물들이고 하늘을 비취처럼 만들어내는 솜씨는 아직 등 뒤에 감추고 아침 이슬 속에 가만히 누워있다. 커피를 병에 담아 들고 마치지 못한 화장을 차 안에서 마무리하며 부산하게 하루를 시작하느라 우리는 가을을 밟고 지나간다. 겨우 사과나 감을 베어 물때야 다 지나간 가을을 만나고 있으니, 제 나이만큼 가을을 만나고도 여전히 철부지다. 영롱한 이슬 속에 추파를 던지는 가을 햇살도 보지 못하고, 열매들이 익어가는 요란한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뿐이랴. 그 속에 자라는 아이들의 웃음도 보지 못하고, 익지도 못하고 썩어가는 내 마음의 외침도 듣지 못한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님의 사랑을 밟고 지나치고 모른 체하며 집을 늘리고 차를 바꾸고 오래 살려고 운동을 하고 비타민을 챙기고 좋은 것을 골라 먹는다.

수고롭게 일을 하지만 쉬지 못한다. 피곤한 몸만이 아니다. 가장 소중한 것들을 즐거워하지 못하기에 쉬지 못한다. 사라질 것들은 집 안과 밖에 쌓이지만, 영원히 남아 있을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몰라도 지나쳐도 가을은 오듯이, 밟아도 지나쳐도 모른 체해도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 곁에 있다. 때로는 스치는 이들의 미소에, 아내가 닦은 반짝이는 구두코 위에, 받지 못했던 남편의 전화번호에, 동료들의 걱정스러운 눈길에, 성도들의 남모른 기도에, 무엇보다 지금도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는 성령님의 염려와 탄식 속에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추파가 있다.

우리의 수고를 아시고, 우리의 열심을 아시며, 우리의 어리석음을 아시고, 우리의 욕망까지도 아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다. 문전박대는 일도 아니요, 이용해 먹고 모른 척하며, 배반을 물 마시듯 당하셨는데 하나님은 여전하시다. 자기가 맺은 열매인 듯이 뽐내는 우리를 보시며 속으로 썩고 벌레에 먹힐까봐 하나님은 오늘도 가지를 살피고 약을 치시고 봉지로 열매를 감싸신다.

열심히 수고한 당신은 아름답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즐거워하는 당신은 더 아름답다. 아이의 숨겨진 눈물을 보았고, 남편의 한숨을 들었고, 뒤돌아선 아내의 미소를 보았고, 성령님의 탄식을 들은 당신은 참으로 아름답다. 서늘한 바람이 분다. 우리와 함께하신 하나님을 더욱더 가까이하기를 원하고 또 원해서 하루를 기다림이 세 번의 가을 같은 절절한 가을이 되기를 바라본다. 열일에 힘을 내어 열매를 키우던 나뭇잎들에게 응원을 보내러 몸을 일으켜야겠다.

sunghan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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