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달콤한 커피의 맛

LA커피칼리지 연응주 학장의 커피 이야기<3>

바흐 '천번의 키스보다 황홀'
스페셜티 커피 vs. COE 커피

2019 과테말라 COE 대회서는
게이샤 제치고 파카마라종 우승

과테말라 아카테낭고(Acatenango) 지역의 커피 묘목장.

과테말라 아카테낭고(Acatenango) 지역의 커피 묘목장.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커피라는 음료는 유명한 사상가와 예술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 넣어줬고 커피와 관련해 여러 가지 명언들을 남겼다. 그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장이 나폴레옹을 정계에 입문시킨 프랑스의 정치가인 탈레랑이 남긴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지만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라는 문장이다. 또, 바로크 음악의 대가로 화성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도 "천 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무스카텔 와인보다 달콤하다"라고 커피를 찬미했다. 두 명 모두 커피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을 공히 칭찬하고 있다.

스페셜티(Specialty) 커피란 일반 커머셜 커피와 비교해 독특하고 스페셜한 향미를 가진 커피로 '큐 그레이더(Q-grader)'라는 커피 감별사들로부터 80점 이상의 받은 커피를 말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반해 COE(Cup of Excellent) 커피는 커피 품평회를 열어 국제 심사관들로부터 86-87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최상위 커피를 말한다. 특히 COE 커피는 앞에서 말한 역사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여타의 스페셜티 커피보다 깨끗하고 달콤한 맛이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평가시 다양한 향보다 맛에 있어 깨끗함과 달콤함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COE 커피 대회를 주관하는 단체로 포틀랜드에 위치한 ACE(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라는 단체가 있는데, 설립자인 수지 스핀들러와 스타벅스의 CEO조지 하웰 등은 1999년 브라질에서 '베스트 오브 브라질' 이라는 최초의 커피 품평회를 열고 각국의 심사관들을 초청해 인터넷 옥션이라는 방법을 통해 커피를 판매했다. 이 대회는 20년이 지난 현재 '커피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릴 만큼 공신력을 확보하면서 꾸준히 발전해서 주요 커피 생산국 12개 나라에서 행사가 치러지고 있으며, 내년에는 에티오피아 등 몇몇 나라가 추가될 계획이다.

상위 0.1% 최고급 커피인 COE 커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세 차례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1차 내셔널 라운드에서는 각 커피 생산국의 자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관들이 커피를 평가하게 되는데 나라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톱 40-50개의 커피를 선정하여, 2차 인터내셔널 라운드로 넘기게 된다. 2차 인터내셔널 라운드에서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초청된 20-25명의 국제 심사관들의 평가를 거쳐 87점 이상의 커피를 최종 3차 라운드로 올리게 된다. 그리고 최종 3차 라운드에서는 톱 10 커피를 확정하고 재평가해서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게 된다. 대회가 끝나고 약 1달이 지나면 온라인 경매를 통해서 커피가 팔리게 된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COE 대회의 상위 입상 커피들은 50(lb당) 달러가 훌쩍 넘는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국제 커피 사장가격이 1(lb당)달러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굉장한 차이다.



COE 커피의 의의는 높은 가격으로 생산자들의 노고와 커피 품질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을 한다는 점 이외에 생산자들이 스스로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유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점이 바로 현재 커피 생산들이 처해 있는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줄 필요 조건이다. 품질이 좋은 커피에 바이어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2019 과테말라 COE' 심사관으로 참여한 연응주 학장.

'2019 과테말라 COE' 심사관으로 참여한 연응주 학장.

2019 과테말라 COE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과테말라시티에서 2019 과테말라COE 대회가 개최됐다. 이번에도 운이 좋게 국제 심사관으로 초청되어 과테말라 최고급 커피를 즐기고 돌아왔다. 과테말라는 북쪽으로는 멕시코와 남쪽으로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카리브해와 태평양 두 개의 바다를 면하고 있다. 특히 전 지역에 고르게 분포된 높은 화산지형의 과테말라는 두 개의 대양에서 오는 기후와 어울려 300여 개의 마이크로 기후를 가지게 되었고, 8개 지역으로 분류되는 커피 주요 산지는 각각 독특한 커피의 맛을 지니고 있다.

과테말라 커피 협회(Anacafe)에 따르면 커피가 과테말라 총 수출품의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약 30만 명의 직접적 고용뿐 아니라 약 50만 명 정도의 간접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또, 국제커피기구 ICO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과테말라의 2017/2018년 커피 수출량은 374만 백(60kg)으로 세계 10위에 랭크가 됐다.

일반적으로 과테말라 커피는 영양분이 풍부한 화산재 토양에서 재배가 되기 때문에 밸런스가 좋고 로스팅시 단맛을 뽑아내기 쉬운 커피로 여겨왔다. 그런데, 이번에 COE대회를 참가하면서 같은 과테말라 커피라 하더라고 다양한 마이크로 기후 탓에 지역에 따라 맛이 차이나 크게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차 내셔널 라운드를 통과한 톱 40 커피에서 시작된 행사는 마지막 톱 10을 선정하기까지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세계 각국의 유명 커피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커피를 평가하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맛 볼 수 없었던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달달한 여운이 오래 남는 커피는 내 미각이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기쁨을 주었다. 특히 이번 2019 과테말라 COE에서 1등과 3등을 차지한 농장(Finca El Injerto)의 커피는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엘레강스한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농장은 사실 스타농장으로 과테말라의 8개 커피 지역 중 우에우에테낭고(Huehuetenango)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지난 15년간의 과테말라 COE에서 7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독보적인 품질을 자랑한다. 이번에 출품한 커피의 품종은 파카마라(Pacamara)라는 종자로 파카스와 마라고지페라는 종자의 교배종이다. 게이샤라고 하는 품종이 각종 대회에서 1등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게이샤가 아닌 파카마라가 우승을 했다는데 이번 대회의 의미가 있다.

커피는 참 고마운 음료인 것 같다. 그 자체의 향미를 선사해 주는 것에 더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세상사는 즐거움을 준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