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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되로 받고 말로 줄 위험

예상했던 대로 쉽지가 않다. 드림액트의 법제화가 고비에 다다르고 있다. DACA는 작년 9월 5일에 조건부로 중단됐다. 트럼프는 의회에 공을 떠넘겼다. 금년 3월 5일까지 의회가 법안 통과로 드리머를 구제하라고 요구했다. 의회가 실패하면 DACA를 완전히 철폐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이미 전국에서 매일 평균 122명의 드리머들이 갱신을 못해 DACA 신분을 상실하고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 내 온건파 의원들은 드림액트를 용인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초당적 법안 상정엔 큰 걸림돌이 있다. 드림액트가 단독 법안 형태로 상정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국경 장벽 설치와 이민 단속을 강화하는 조항이 포함된 법안을 요구한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소위 '균형 잡힌' 법안, '사랑'의 법안이라 지칭한다. 허언과 거짓을 일삼는 트럼프가 진실을 호도하는 말장난이다.

균형은 벌써 오래전에 무너졌다. 드림액트는 2001년에 처음 상정되었지만 아직까지도 통과되지 못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포괄적 이민개혁도 성사 가능성 직전에서 좌절됐다. 그런 가운데 지난 세월 동안 미국의 이민 정책은 단속과 추방이 기본 기조였다. 합법 이민자도 쉽게 추방될 수 있도록 단속 요건은 날로 강화됐다. 정당한 절차 없이 이민단속국의 재량권으로 마구 추방하도록 규정을 바꿔왔다. 합법 이민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끈질기게 벌어졌다. 심지어 친이민 정부로 여겨지는 오바마 행정부는 역사상 최대 숫자인 300만 명에 육박하는 이민자를 추방했다. 무단 구금된 이민자들은 인권 침해를 당하고 죽어나갔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에 흥분한 인종주의자들은 백주 대낮에 폭력 시위를 벌이고 혐오 범죄를 저지른다.



반이민 세력과 보수 언론은 이민자를 마치 사회악처럼 다루어 반이민 여론이 증폭되는데 일조했다. 그러니 드림액트를 흥정의 도구로 이용해 더 심한 단속 정책을 포함시키는 건 균형 잡힌 태도가 아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더 반이민 세력이 원하는 지형으로 바꾸려는 의도다. 혐오와 배제의 이념을 앞장서 전파하고 있는 트럼프가 사랑 운운하는 광경은 실소마저 자아낸다.

지금 매일 드림액트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는 없다. 민주당은 DACA 철폐 발표 직후에 바로 단독 드림액트를 상정했지만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진 않다. 그들은 항상 알리바이를 확보하고 있다. 드림액트 상정과 통과에 실패하면 공화당을 비난하면 그만이다. 민주당 의회 지도부는 단독 드림 액트 통과에 혼신을 기울이지 않는다. 반면에 합의의 수준을 고민하느라 더 바쁘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계속 목도해 온 미 정치권에서 반복되는 행태다.

드림액트는 양날의 검이다. 설혹 단독 법안으로 드림액트가 통과되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드림액트 잠재 수혜인은 약 2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900만 명에 달하는 서류미비자는 합법화의 기회에서 소외된다. 드림액트가 통과되면 포괄적 이민 개혁 논의가 중단될 우려도 있다.

2012년의 상황을 복기해보자. 취임 후 100일 안에 이민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오바마는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대신 재선거를 앞두고 이민 신분 변경이 가능하지 않은 행정조치인 DACA를 실행했다. 그 결과 이민개혁 캠페인의 동력은 그 지점에서 약화되었고 행정부가 바뀌면서 DACC 마저 완전 철폐될 처지다. 더구나 드림액트가 과도한 단속 조항이 포함된 형태로 법제화되면 되로 받고 말로 주는 현상이 발생한다. 드리머는 구제한 대신 다른 서류미비자들이 단속과 인권침해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

정치권 지형이 가리키는 현실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동시에 정치적 논의와 합의도 힘 있는 대중 운동의 영향을 받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민 단속 조항을 일정 부분 수용할 수 밖에 없다면 그것은 드림액트와 교환하는 방식이 아닌 전체 포괄적 이민개혁 논의의 틀 안에서 다루어야 한다.

드림액트의 통과 여부와는 별도로 포괄적 이민개혁은 계속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 지난 20여 년간 지속되어온 단속과 추방 중심 정책은 불합리한 비극만 양산했다. 드림액트는 전체 이민개혁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역시 궁극의 목표는 포괄적 이민개혁이다. 뻔한 진실이지만 유일한 진실이다.


차주범 / 민권센터 선임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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