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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꼰대 이야기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꼰대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주로는 매우 부정적으로 나옵니다. 꼰대는 되지 말아야 하겠다는 다짐이나 어느새 나도 꼰대가 되어 버렸다는 회한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꼰대는 피하고 싶은 존재인가 봅니다. 꼰대는 주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또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세대 차이를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죠. 기성세대, 구세대에 해당하는 사람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답답증을 유발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꼰대는 누구인가요? 제 어릴 적 기억으로는 꼰대는 주로 아버지를 의미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를 가리킬 때 은어처럼 사용하였습니다. 보통은 '우리 꼰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꼰대가 늙은이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니까 '우리 노인네'라고 표현하는 것과 상통하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나와 제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아마 아버지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지칭이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를 꼰대라고 안 하는 것은 왜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꼰대는 그 후 남자 선생님을 가리키는 말로 확대된 듯합니다. 집에서는 꼰대가 아버지였다면 학교에서는 꼰대가 남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늘 교훈적인 말을 하는데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 잘 되라고 하는 이야기라는데 소통에는 실패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책임은 늘 학생 몫으로 돌립니다. 내 이야기를 이해 못하는 것은 듣는 사람의 책임이라는 거죠.

과연 그럴까요? 이 대목에서도 왜 여선생님은 꼰대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 생기네요.



지금은 꼰대가 나이 먹고 불통인 잔소리하는 남자를 가리키는 말로 바뀌고 있습니다. 점점 대상이 넓어집니다. 이 세상에 어마어마한 수가 꼰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꼰대는 나이를 먹은 사람이기는 한데 기준은 불명확합니다. 즉 나이가 많지 않아도 꼰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학생도 고등학생에게는 꼰대입니다. 고등학생도 중학생에게는 꼰대가 되기도 합니다. 소통에 문제가 있고 자기의 생각을 강요하면 꼰대가 됩니다. 과거의 기준에 얽매여 있으면 꼰대가 됩니다. 자신의 과거에 비추어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는 거죠.

꼰대들은 자기가 꼰대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늘 젊게 산다고 자부하곤 합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에도 신경을 쓰니까 당연히 젊은 줄 압니다. 하지만 여러 증상을 살펴보면 꼰대임이 판명되고 맙니다. '요즘 애들은 왜 그래?'라든가, '요즘 애들은 도통 이해할 수 없어.'라고 말하곤 한다면 스스로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꼰대의 말투를 보면 '소싯적에, 왕년에'가 많이 들어갑니다. 물론 '내가 어릴 적에'나 '내가 너 만할 때'도 빠질 수 없는 표현입니다. 기준이 항상 과거에 가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 나는 꼰대가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옛날이야기를 합니다. 들으려하지 않고 말하려고 합니다. 말이 점점 길어집니다. 남에게 하는 충고를 좋아하지만 듣는 충고는 질색입니다. 증상이 심해지고 있네요.

저는 꼰대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통해서 소통과 배려의 중요성을 배웁니다. 어린 사람의 말도 들으려고 하고, 힘든 일일수록 남보다 먼저 하려고 한다면 꼰대 소리는 덜 듣게 될 겁니다. 내 생각을 강요하려고 하지 말고, 익숙함에만 갇혀 있지 않으면 꼰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새로움에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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