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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TALK] 근사한 애호가

오페라는 고사하고 클래식 음악에는 근처도 안 갈 것 같던 한 지인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연주를 봤다면서 뿌듯해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 메트 극장에서 열린 정기 공연을 본 것이 아니라, 친구의 도움으로 연주 영상을 봤다는 이야기였다. 주변에 음악가가 아무도 없으니 대놓고 자랑할 곳이 필자 밖에 없었으리라.

지인이 접했다는 영상은 매년 여름 링컨센터 플라자에서 열리는 메트 오페라의 연례행사이다. 'Summer HD Festival'이라는 타이틀로 매년 여름 개최되는 이 음악회(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음악감상회)는 뉴욕 필하모닉이 뉴욕의 다섯 개의 보로에서 여름마다 개최하는 파크 콘서트만큼이나 뉴요커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명물이다.

메트 오페라극장은 주요 공연 실황을 촬영하여 이를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는 'Live in HD'를 론칭하여 지금까지 극장의 수입원 중 하나로 사용하고 있는데, 페스티벌 기간 중에 상영되는 연주 실황은 이 시리즈물 가운데 가장 엄선된 작품들이다. 올해의 리스트 역시 최근 1-2년 사이에 메트 극장에서 연주되었던 공연들을 중심으로 선정되었다.

링컨센터 플라자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공연을 감상하는데, 10년을 맞이한 올해에는 지난 8월 25일 프랑스 작곡가 구노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작으로 열 편의 작품이 매일 하나씩 상영되었다. 특히 8월 24일에 열린 전야제에서는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가 주관한 'Marks Brother'의 1935년작 코미디 영상물 'A Night at the Opera'가 선을 보였다. 첫 작품이 소개된 25일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26일에는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27일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가 상영되었고 뒤이어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알반 베르크의 '루루', 드보르작의 '루살카',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마지막으로 푸치니의 '나비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곡가들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사전에 예약이 필요하지도, 무료티켓을 미리 확보해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당일 현장에 먼저 도착한 3000명에게 자리가 제공된다.



무료 행사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호기심에 불을 지피게 된 그 지인은, 이후 메트 극장에서 정식 티켓을 구입하더니 제대로 감상을 시작했다. 메트 극장 바로 옆 건물에서 열리는 뉴욕 필하모닉 콘서트도 찾고 카네기홀 무대에 서는 유럽 악단이나 저명한 연주자의 음악회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크고 작은 연주단체의 e메일 뉴스레터를 꼬박꼬박 구독하기에 이르렀다.

좋은 연주를 추천해달라는 지인의 부탁에 필자는 한동안 즐거운 괴롭힘(?)을 당해 왔었다. 음반 리스트를 정리해 감상 순서를 매겨주는 일을 여러 차례 반복했고, 번거로운 돌발 질문들을 그때그때 해결해 줘야만 했다. 그러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뉴욕의 클래식 음악의 지형을 꿰뚫게 되었고, 이젠 남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의 많은 정보와 풍부한 식견을 가지게 되었다. 불과 2-3년 만에 이루어진 변화였다. 친구 따라 오페라를 감상했던 바로 그가 지금은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음악회장을 찾거나 특정 아티스트의 음반평을 블로그에 올려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으니 말이다. 누가 뭐래도 이제 근사한 애호가가 된 셈이다.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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