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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나는 누구의 이웃인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웃은 우리와 매우 가까운 사이입니다. '이웃하다'라는 표현은 나란히 가까이 있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아주 가깝다는 의미죠. 이웃집이라고 하면 옆집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 삶에서 이웃은 정말 중요합니다. 이웃과 사이가 안 좋은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습니다.

요즘에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별로 없습니다. 먼 친척하고도 안 가깝지만 이웃도 안 가깝습니다. 그저 물리적 거리만 가깝지 심리적 거리는 이미 이웃이 아닙니다. 아파트 같은 곳은 더 심합니다. 앞집이나 위, 아래 집에 누가 사는지 모릅니다. 알아도 친하지는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이웃집에 가 본 적도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이해가 안 됩니다. 이웃과 멀어진 세상에서 산다는 게 씁쓸합니다. 예전에는 이웃사람이 가장 가깝고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내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아는 사람이 바로 이웃입니다. 내 사정을 잘 알기에 서로 힘이 됩니다. 이제 점점 가까운 이웃이 사라지면서 힘들 때 위로하고, 위로 받을 사람이 적어집니다. 더 외롭습니다.

성경의 누가복음을 읽다가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에서 생각이 머물렀습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여서 자주 본 부분이었지만 오늘은 이웃이라는 말에 눈과 마음이 가서 머물렀습니다. 성경에서 이웃은 내가 내 몸처럼 사랑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게 꼭 지켜야 하는 계명(誡命)입니다. 이웃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보여주는 계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계명 중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율법사가 예수님께 묻습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에서 누가 나의 이웃인가 하고 말입니다. 좀 특이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지 누가 이웃인지에 따라 사랑하고 안 하고 결정이 된다면 계명을 지키는 게 아니지 않을까요? 계명을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때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이야기합니다. 예수님은 다치고 위험에 처한 이를 돕지 않고 지나간 제사장이 아니라 불쌍히 여기고, 치료하고, 돌봐주고, 돈까지 내어준 사마리아인이 이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쉽게 제사장을 욕하겠지만 사마리아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예수님은 우리가 사랑해야 할 이웃을 이야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사랑할까에 대한 질문에 역으로 누가 참 이웃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을 보면서 우리는 나는 어떤 이웃인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내가 누구의 이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웃을 돕지 않으면, 불쌍히 여기지 않으면, 내 돈을 들여 치료하고 돌보지 않으면 나는 그들의 이웃이 아닙니다.

나는 누구의 이웃입니까? 나를 이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습니까? 좋은 이웃이 되어야겠습니다. 그것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시작점입니다. 이웃이 점점 없어진다고 말합니다. 나를 위로해 줄 이웃이 없다고 허탈해 합니다. 하지만 다시 묻습니다. 나는 어려운 이웃을 불쌍히 여기고, 치료하고, 돕고, 돌봅니까? 나는 이웃입니까? 이웃을 찾기 전에 내가 먼저 이웃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러면 나를 그의 몸처럼 생각하는 이웃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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