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시로 읽는 삶] '구석'이라는 말에 체하다

다 열려 있지만 손과 발이 닿지 않는 곳/ 비와 걸레가 닿지 않는 곳/ 벽과 바닥 사이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곳/ 하루 종일 있지만 하루 종일 없는 곳/ 한낮에도 보이지 않는 곳/ 흐르지 않는 공기가 모서리 세워 박힌 곳// (…)엄마가 없어도 튼튼하고 안전한 곳/ 머리를 넣어본다 누워본다 뒹굴어본다/ 손가락으로 꽉 차지만 온몸이 들어가도 넉넉한 곳

-김기택 시인의 '구석'부분



어떤 단어가 체증을 유발하는 때가 있다. 단어가 거느린 의미들은 대체로 명확하지만 때로 함의가 복잡하게 내포되어서 어떤 성분이 소화를 거스르는지 잘 알 수가 없기도 하다. 단어란 지시하는 범위 안에서 쓰이지만 때로 읽는 이의 상태에 따라 일방적으로 적용되기도 한다.



'구석'이라는 시를 읽으며 구석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나 시적 의도와는 무관하게 순간적으로 다가온 어휘가 목에 넘어가지 않고 묵직하게 걸린다. 구석이라는 말이 경계 밖의 이방인, 고립, 외로움 따위로 다가온 까닭은 이민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이즈음의 이민정책에 관해서 생각을 해보고 있던 차여서 인 것 같다.

미국에 안주한 후로 편리하고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기는 하지만 늘 한쪽 귀퉁이로 밀려난 느낌이 일관되게 드는 건 나 혼자만일까.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는, 그래서 쉽게 바람에 밀리고 넘어지는 경계인의 삶을 사는 게 우리들이다.

외교부가 발표한 2017년 해외동포현황에 의하면 한국인 해외 이주는 무려 194개국에 달하고 수적으로도 7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체감되는 이민자의 삶은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성실하고 근면함으로 잘 살고 있을지라도 피부색의 다름으로 외면되고 소외되는 일들을 겪게 된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한국인들은 미국인 중간계층 보다 높은 식견과 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생업의 수단이 단순한 업종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경시 아닌 경시를 당하기도 한다.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보다 더 냉정해지고 있다. 이민자들은 국가의 수혜만을 바라는 사람들이라는 편협한 인식으로 반이민 정서가 확산 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옮긴 건 각자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다. 무엇 때문이었든지 간에 우리는 꺾꽂이가 된 사람들이다. 뿌리를 잘 내려야 한다. 뿌리를 잘 내리지 못하면 시들시들해지게 마련이다. 현지의 생태계에 무리 없이 적응하며 저희끼리 만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자세로 우리의 입지를 세워가야 할 터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한국인 리더가 여럿 나온 걸로 안다. 연방하원의원.시의원 등 다수가 선출되어 반갑다. 몇 사람의 정치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치적 파워를 가진 동포들의 대변자가 많아진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이민 1세대인 나 같은 사람이 구석이라는 말에 체하지 않아도 되는, 동포사회가 중심이동 되려면 차세대 리더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조성자 / 시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