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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말과 생각은 함께 발달한다

‘쟤네들은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함께 공부했던 미국 학생들을 보며 스스로 던졌던 질문이다. 그렇다. 미국 학생들은 말하는 것을 참 좋아하고 잘한다. 생각을 매끄러운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개인차를 고려하더라도, 이는 집단 간의 비교 연구에서 확인된다.

인지 발달의 사회문화이론으로 잘 알려진 러시아 심리학자, 레브 바이고츠키(Lev Vygotsky)는 인간의 사고 및 인지 발달에서 언어의 역할을 역설했다. 발달 단계상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인지와 언어 발달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영아기에는 인지와 언어 발달이 별개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나, 첫 단어 시기인 한 살 전후를 시작으로 언어와 사고는 긴밀히 연계되어 발달한다. 생각이 언어가 되고, 언어는 생각을 더 정교하게 형상화하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언어는 이해 언어(comprehensive language)와 표현 언어(productive 또는 expressive language)의 두 종류로 구분된다. 아기가 첫 단어를 말하는 순간은 부모에게 큰 감동이다. 하지만, 아기는 이 감동의 순간 훨씬 이전인 발달의 초기 단계부터 외부에서 주어지는 청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성장한다. 그 결과로, 아기가 엄마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능력보다 일찍 발달하기 시작한다. 역으로, 표현 언어는 이해 언어에 비해 발달이 늦다. 즉, 말로 표현하지 못할지라도, 아기의 이해 언어 수준은 훨씬 높다.

미국의 교육은 영·유아기 때부터 지속적이고도 충분한 언어 자극을 주는 교육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그렇다. 아이들은 교사 및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말로 표현하는 훈련을 받는다. 두세 살 된 미국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하는 모습을 관찰한 경험이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묻고, 아이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하고 대답한다. 그리고는, “왜 그렇게 생각하니?” 하는 질문과 대답이 꼬리를 잇는다. 물론, 아이는 서툴고 불완전한 문장으로 대답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화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언어적 상호작용은 아이들의 기억 발달-특히 자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에도 기여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미국과 한국 아이들을 비교한 연구가 있었다. 결과는 미국 아이들의 기억 수준이 한국 아이들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어린 시절 경험한 언어적 상호작용의 차이이다. 미국의 부모들, 특히 중산층에서 보이는 언어적 상호작용은 그 양과 질에 있어 탁월하며, 이는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넘어 기억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시 언어와 사고의 관계로 돌아가 보자. 언어의 본질적 기능으로 흔히들 의사소통을 꼽지만, 이에 앞서 이루어지는 것이 생각의 형상화이다. 언어는 생각의 도구이며 사고 발달의 촉매제이다. 언어를 통해 사고 및 인지 발달이 촉진되고, 향상된 사고력은 더 훌륭한 언어능력-풍부한 어휘, 정확한 문법의 이해 및 정교한 문장의 활용 능력 등을 포함하는-을 계발하고 습득하는 데 기여한다.

아이들이 충분한 언어 자극과 생각하는 훈련을 만끽하며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절실하다. 어릴 때부터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도록 격려받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말이든 글이든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 우월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쟤네들은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교육에서 답을 찾아본다.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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