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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의 속병 클리닉] 같은 공기로 숨쉬는데 왜 나만 병에 걸리나?

마음 따라 질환 예후 상이
결과 예측 불허인 경우 많아

환자 마음까지 살펴야
현대 의학 진보 가능

'속 관리'에 정성 기울여야
마음이 편해야 속도 편해

현대인은 의료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많은 건강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이러한 정보들이 일반인들에게 올바르게 인식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임상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필자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의사로서 일반인들이 스스로 건강을 증진시키고 질병 예방을 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됨을 깨달았다. 하지만 의료 전문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그처럼 수많은 정보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의료 정보를 찾아내 올바르게 인식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정보의 정확도도 문제이지만 정보 내용 자체가 올바르게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내 증세가 심각한 병에서 비롯된 것일까' '어느 의사에게 가서 상담을 하고 진료를 받아야 하나' '치료 방법은 있을까' 등등의 혼란스러운 의문들로 고뇌하는 사람들을 대하면 안타깝기까지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인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바쁜 삶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데, 특히 현대인에게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위와 장에서 일어나는 '속병'을 중심으로 한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이 '속병 클리닉' 칼럼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이 '속병 클리닉' 칼럼에 실리는 정보들이 일반인들에게 건강에 대한 하나의 자극제이자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한다. 특히 진료를 받거나 상담을 원할 때 적합한 병원과 의사를 찾아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내 병은 내가 다스린다

먼저 생각해 보자. 생활습관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다스릴 수 있나?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혈압, 관상 동맥 경화, 뇌졸중, 당뇨, 관절염, 소화성 질환, 간염, 그리고 각종 암 질환들이 생활습관병에 속한다. 이러한 생활습관병은 선천적인 요인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에서 더 기인한다. 즉, 잘못된 환경 요소들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이란 식생활 습관을 비롯한 생활 습관의 수많은 요소를 포함한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 요소들은 우리가 물려받은 건강한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무서운 저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된 유전자들이 우리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로운 환경이 생활습관병을 유발시킨다. 잘못된 환경을 방치하면 병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환경의 조성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으므로, 병은 우리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생활습관병 예방은 철저한 환경 관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 점검에 앞서 우선 병과 그것의 예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병을 다스릴 수 있다는 확신이 앞서야 한다.



-속부터 다스리자

한평생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속 편한 삶을 사는 것, 이것은 누구나의 바람일 것이다. 여기서 '속'은 배 속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깊숙한 내부, 마음가짐, 생각, 심성, 이 내용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평소 속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속 불편한 환자를 맞이하고, 내진하는 곳도 속이며,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는 기관도 속이다. 이렇게 들여다보이는 속 이외에 모든 각종 검사를 받았는데도 원인 불명의 복통, 설사, 변비 등이 계속된다면 이것이 단순한 배 속의 문제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때면 환자의 마음, 심정, 정신 상태 등이 어떤지 그들의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 등은 어떤지, 함께 고민하며 진단하게 된다.

저명한 의학자 윌리엄 오슬러는 수년에 걸친 임상 경험을 통해 결핵 환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병의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결핵 치료의 성공 유무는 눈에 보이는 몸(身), 폐의 상태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心), 즉 '속'에 달려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수십 세기 전, 사람이 어떤 병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어떤 사람이 병에 걸릴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뭐 그리 새삼스러운 말들은 아니지만, 기억하자. 어떤 마음 상태를 가지느냐에 따라 질환의 예후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똑같은 바이러스와 세균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발병 확률은 각기 다르다. 설사 발병했다 하더라도 질병의 증상과 그 정도는 각기 다를 수 있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두 환자가 똑같이 3, 4기의 암 질환 선고를 받았는데, 한 사람은 수년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몇 달 안에 사망하는 경우가 그 단적인 예이다.



-마음 밭 살피기

여기서 중요한 키포인트! 병의 원인과 진전을 해석할 때는 우리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여러 가변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요소들은 외부에 대한 인체의 반응을 좌우하게 되는데,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통칭하여 '주요인'이라 부른다. 주요인에는 현대 의학으로 규명이 가능한 기질적 요인들도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는 스트레스, 정신 상태와 같은 여러 기능적 요인들이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씨앗과 흙의 비유로 살펴보자. 어떤 품종의 씨앗이라도 흙의 상태가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우리 마음 밭의 상태에 따라 질병을 막을 수 있거나 발병했다 하더라도 비교적 희망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현대 의학은 씨앗에만 지나치게 중점을 두었지, 흙의 상태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 환자의 불편한 마음 상태까지 파악하기 위해 현대 의학은 달라져야 한다. 환자의 마음 밭까지 세심히 살펴야 현대 의학은 진보할 수 있다. 즉 환자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살펴야 된다는 말이다.



-최선의 예방법

'주요인'이나 흙의 본질은 앞서 말한 '속'에 포함되어 있다. 농부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성심 성의껏 흙을 돌보는 것처럼 환자도, 의사도 '속 관리'에 정성과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흔히 듣는 말 중에서 '마음이 편해야 속도 편하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영원불변의 진리이다. 편안한 마음이야말로 그 어떤 명약, 명의보다 훌륭하고 강력한 무기가 된다.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방어와 보호 요소들을 최대로 보강해야 하며, 이것은 우리 자신의 속 관리와 생활 습관 관리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철수 박사=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 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 대학 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 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 주립 의과 대학과 코넬 의과 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뉴저지주 Medical Board 의료감독원,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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