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십자가(十字架)로 가까이 가서
평생을 달려가도 아직 모자라는단둘이 만나는 자리
그저 십자가 앞에 묵묵히
가엾은 죄인이 드리는 기도
나무 십자가에 벌거숭이로 매여 달리신
홀가분하게 빈털터리로 다 내려놓으신
남김없이 베풀며 구차하게 사신
우릴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수척한 십자가
십자가로 가까이 가서 빈자(貧者)로 살게 하소서
십자가에서 주르륵 연속 흐르는 피
생명을 쏟아내는 고통의 순간
아파본 자가 쓰라림의 고통을 치료할 수 있듯이
세기의 유행병 COVID-19 아픔을 보듬고
수난을 기억하며 함께 울게 하소서
십자가로 가까이 가서 고침을 받게 하소서
심한 고통 중에도 침묵하시는
억울함과 분노 마다하시고 무뚝뚝하게 홀로 서 계시는
진정 하늘 우러러 아버지 하나님께
생(生)과 사(死) 기로에서 차분하게 드리시는 기도
십자가 앞에선 잘하는 설교가 아니라
십자가로 가까이 가서 죄를 고백하게 하소서
십자가는 사는 게 아니라 죽는 틀
죄 없으신 분 우릴 대신해 죽어 주시는
누구도 해낼 수 없는 메시아 구원
죽으려는 자는 살고 살려는 자는 죽는
한알 씨앗이 부서져 죽어 열매 맺는 창조원리
진리와 정의를 위해 죽는 순교
십자가로 가까이 가서 죽을 수 있게 하소서
김창길 / 목사·시인·뉴저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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