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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긴 하루도 간다

이리 긴 길이 있었던가

밤을 물고 있는 하룻길이 배가 되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신의 지문이 찍힌 시간 안에 선 길을 뒤지며

태양을 기다리는 사투의 길

구멍 속으로 안개를 집어넣다가

손과 손이 거리를 밀어내다가

입을 막고 코를 막고 제 얼굴도 만지지 못하는

자유의 사각지대에서 세월의 번데기는

그림자로 굳어 웃는 것처럼 울고 있다



트인 길은 어디일까

울타리의 그림자도 넘지 못하는 영혼들이

주문 같은 숫자만 외우다가 배고픈 그리움만 끌고 가는

길 먼 길에 혼돈 하는 탈들이 닮은꼴을 하고

산더미의 울음을 목에 걸고

배고픈 그리움을 끌고 가고 있다



동그란 것도 모난 것도 반환한 될 수 없는

억측의 시간들이 숨통을 조인다



바이러스도 숙주는 죽이지 않는다고 한다

함께 살자는 길에 길이 있다

두려움과 싸우고 외로움과 싸우고

이기기 위해 싸우고 서로를 살리기 위해 싸우고

탓이 누구라 할지라도 해는 솟아오를 것이고

울고 싶은 오늘의 긴 하루도 간다



호흡의 길이 막혀도 견뎌내자고

우리는 서로 사랑하니까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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