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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코로나가 빚는 풍경

뉴욕 출신의 기업가로 큰 성공을 이뤘던 에이버리 피셔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제정했다. 역량 있는 젊은 연주자들을 선발해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자라날 수 있도록 후원하기 위해서였다. 1976년 처음 시작된 이 상을 통해 조슈아 벨, 사라 장, 김지연, 리처드 용재 오닐 등과 같은 인물이 배출되었다. 최근 이 상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A는 솔리스트로서의 커리어 외에 플로리다의 한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도 활동한다. 그는 동시에 워싱턴 주에서 실내악 음악제를 시작해 꾸려가고 있으며, 뉴욕과 남가주 지역의 실내악 단체에서 활동을 펼친다. A는 단체 소속의 아티스트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단기 계약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도 표현될 수 있다.

급여 지급이 중단된 메트 오페라 단원들은 연방정부로부터 실업 급여를 받게 되었다. 오페라단의 정단원으로 활동 중인 B는 새 시즌이 9월 말에 시작되기 때문에 가수들은 8월, 오케스트라는 9월부터 연습이 다시 시작되는데 예전과 같이 연주가 가능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나마 메트 정단원들은 정규직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한 일이라도 덧붙였다.

올 초 치열한 경쟁을 뚫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입 단원 오디션에 합격한 C는 바늘구멍을 통과한 기쁨을 잠시 뒤로 미뤘다. 모든 연주가 중단되었음에도 단원들의 급여가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5월부터는 급여의 75%만 지급한다는 통보가 있었고, 매년 7월에 콜로라도에서 열리는 ‘브라보 베일 페스티벌(Bravo! Vail Festival)’ 역시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오디션을 통과한 신입 단원이 거쳐야 하는 첫 임무는 단원으로 연주에 함께 참여해 동료 단원들의 평가를 받는 트라이얼 공연 3회를 가져야 하지만, 이미 모든 음악회가 취소되었고, 7월에 예정된 페스티벌도 참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 C의 입단은 잠정 보류 상태가 된 셈이다.

모든 대면 행사들이 중단되자 단체의 규모나 정규직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온라인으로 몰려들고 있다. 링컨센터의 홈페이지는 ‘Lincoln Center at Home’이라는 포털로 발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고, ‘어린이 콘서트’와 ‘팝업 클래스룸’을 시작했다. 그리고 링컨센터 주최의 이전 음악회들과 짤막한 온라인 콘텐츠를 다양하게 추가해 나가고 있다. 이번 시즌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작품들로 줄 세우기를 했던 카네기홀 역시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그리고 피아니스트 엠마누엘액스 등과 같은 초호화 음악가들이 출연하는 ‘Live with Carnegie Hall’ 온라인 시리즈를 론칭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는 자신의 연주를 실시간으로 올리는 포스팅들이 쏟아지고 있다. 진지한 연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치는 부류도 있지만, 기타 도전기를 연재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초보 실력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클라리네티스트, 심지어 왼손과 오른손을 바꿔 오른손으로 악기를 들고 왼손으로 활을 잡고 연주하는 도전을 시작한 바이올리니스트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붕괴 위기에 처한 비정규직 예술가층을 위해 예술 지원단체들 역시 힘을 모으고 있는데, 문화와 교육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부하는 ‘앤드류 멜론 재단(Andrew W. Mellon Foundation)’이 이번 사태를 위해 500만 달러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에 포드 재단을 비롯한 많은 재단이 줄지어 기부에 동참해 특별 지원금을 조성했다. 직접적인 피해를 본 예술가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는 이 특별 펀드는 4월부터 9월까지 총 다섯 사이클에 나눠 웹사이트 artistrelief.org에서 신청자를 모집한 다음, 사이클마다 대상자들을 확정하여 지원하게 된다.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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