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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마당] 가을은 얼마인가요

동네를 걷는다

앞뜰에 놓여 있는 호박
어수선한 세상에 그래도 내일을 기다리며
볏단 위에 서 집 지키는 허수아비

계단 높은 집 오랫동안 빈집 팻말이 붙은 집을지나
낮은 돌담 벽 붉은 대문 양옆에 놓인


노란 국화꽃에 벅찬 가을 눈 맞춤을 보내는데

항아리에 붙어 있는 가격표

꽃에도 팔자가 있어 어디서 날아와 흙에 묻혀
이국땅 이 동네 모퉁이에서 만나는 건 좋다만
가슴에 가격표까지

누가 너의 가격을 계산할 수 있단 말이지?

비의 입맞춤과 햇살의 각도와 바람과 밤을 새운 달과의 독대
그저 꽃으로 그저 너였어야 하는 오직 너를



몇 발자국을 걷다 고개를 돌려보니 네가 묻는 듯하네

당신도 가격이 있나요
당신은 얼마인가요?


곽애리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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