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아기공장에 대한 의심
무궁화가 만삭의배를 열어 꽃 한 송이를 내놓았습니다
응애 거리는 꽃을 보며 나는 자꾸 의심이 생깁니다
저것은 누구의 자식인가
무궁화의 자식이 맞기는 맞는 건가
아랫도리로 반짝 흘러 들어간
한 방울 빗물이 친권을 주장할 수도 있겠다는,
꽃이 봉오리 이전이었을 때
입김 혹혹 불어 넣어주었던 햇볕도 그러할 수 있겠다는,
어쩌다 아파트 화단을 돌아나가며
무궁화에 손길 한 번 주었던 바람도
친권 주장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겁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아기 공장이 등장을 했다는
돈만 주면 마음대로 성별을 고를 수 있고
천 송이의 꽃도 주문이 가능하다는 뉴스 탓이지요
개개비 둥지에 알을 집어넣는 뻐꾸기처럼
필리핀, 우크라이나 화분에 근을 묻어두고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국산 화분이 점점 는다는 거였지요
내가 너의 어미다 내가 어미 아니다 내가 아비……
햇살이, 바람이, 빗물이 다 참견해도 되는
목숨을 가지고
꽃들이 방긋방긋 지구로 오신다는 거였지요
한혜영 시인·플로리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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