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그때는 그랬지
부족한 잠, 부족한 시간을 들고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루 하루를 보채면서 살았지
그때 우리의 사는 일이 그랬어
그 익숙한 시간 속으로
불현듯
그 누구도 감히
생각지 못했던 기이한 일이 일어났어
전쟁이었지
적들이 쳐들어 온 거야
바이러스라는 이름의 침략군은
너무도 짧은 시간에
세상을 삼켰지
절명의 시간들이었어
뉴스는 비명을 지르고
사이렌은 쉬지 않고 울었지
난리도 그런 난리는 살면서 처음이었어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우리는
바깥을 차단하고
안으로 문을 걸었지
숨어야 했어
혼돈과 공포는 사자처럼 울부짖었어
그때
밝게 들리는 작고 힘찬 소리
당신도 들었어?
우리에게는 남아도는 시간이 있어
시간은 아직 우리편이야
소리에 귀 기울이고 불안을 다독였어
우리는
얼굴을 가리고
호수 언저리를 돌면서 아침 시간을 요리했지
단호한 저항이었어
그때
그 호수에는 하늘이 내려와 쉬고 있었어
구름은 물 위를 떠다니고
새들은 물속을 날아다녔어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이 잠겨 있는 거야
호수의 변두리를 돌면서
우리들은
사리탑을 도는 여승처럼 경건해지기도 했는데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그 걸음은 간절함이었어
우리 모두 그랬어
우리가 자유로워지는
그때를
보고 싶었어
반짝이는 세상의 모두를
변정숙 / 시인·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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