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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도 결국은 휴머니즘이다" 성 박 윈드로즈 셰프

증조할머니 옛 음식 먹고 자라
10월 새 식당 개업 준비 한창
한국 맛 소개할 기대에 부풀어

뉴욕 한식 시장에 '프렌치 바람'이 일고 있다. 골수를 곁들인 갈비찜이나 한국식 해물탕의 매운맛을 접목한 프렌치 해산물 요리 '부야베스'등이 부쩍 눈에 띄고 메인 메뉴에 반찬을 내는 대신 다양한 음식을 시켜 나눠 먹으며 술과 곁들일 수 있는 '스몰 플레이트'가 유행이다.

이런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한식을 개척하는 길에 성 박(박성균·48) 셰프가 있다. 1998년에 처음 뉴욕에 와 접시닦이로 주방에 발을 들여 놓은 박 셰프는 이후 뉴욕아트인스티튜트(Art Institute of New York)에서 공부했다.

장 죠지.웨인 니쉬 등 미셸린 스타 셰프의 주방을 비롯, 지금까지 그가 거쳐간 레스토랑만 10 곳에 달한다. 박 셰프는 지난 7년간 운영한 비스트로 쁘띠를 정리하고 웨스트빌리지에 '윈드로즈(Windrose)'를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증조할머니의 한옥에서 옛날 음식을 먹고 자라 계절마다 다른 나물과 김치를 먹는 게 일상이었다는 박 셰프의 요리 철학은 '본질에 다가서기'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말린 나물을 먹어보면 여기서 접할 수 없는 한국의 맛이 난다. 그걸 먹으며 '내가 어릴 땐 이런 걸 몰랐구나'하며 창피해 진다"고 한다. 한국에서 먹을 때는 좋은 식재료가 흔하니까 그 가치와 맛을 모르고 그냥 먹어 본질에 대해 고찰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그 가치를 알게 됐다는 말이다.



박 셰프는 1990년대 후반 패션 업계에 종사하던 중 홍콩에서 친구가 데려간 고급 호텔에서 처음 먹어 본 푸아그라에 반해 요리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차가운 파테(거위 간에 각종 향신료를 넣어 부드럽게 만든 요리)와 바삭한 토스트에 달콤한 소스가 올라가 단맛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지고 여러 가지 질감이 한 번에 느껴지는데 황홀했다. 그걸 먹고 '내가 헛살았구나. 이런 건 어떻게 만들었을까,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그 지금도 요리할 때 질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컨템포러리 프렌치의 대가 장 죠지와 일하며 눈을 많이 떴다고 한다. 분명 프렌치 셰프인데 경계를 허물고 모든 재료를 다 쓰는 모습에 "요리는 맛있고 아름다우면 되지 틀에 갇혀있을 필요 없는 것"임을 배웠다.

그가 뉴욕에 갓 입성한 젊은 셰프들에게 주는 조언은 "일단 많이 배우고 열정을 쫓으라"는 말이다. 돈을 쫓다 실력이 안 됐는데 너무 일찍 셰프가 돼 고전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셰프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추고 몇 달씩 연습하며 음 한 표까지 조율을 해야 제대로 된 지휘자 아닌가. 사람을 잘 다루려면 명령을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요리도 결국은 휴머니즘"이라는 그는 메뉴를 아무리 잘 개발해 봤자 팀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실행이 안되면 그건 실패라고 재차 강조했다.

자신은 고급 프렌치 주방에서 훈련 받았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야 많은 사람들이 보다 편안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처음 가면 긴장하고 괜한 위압감을 느끼지 않나. 나부터가 허례허식이 싫은데 대중은 오죽하겠나"라고 보다 캐쥬얼한 비스트로와 게스트로펍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지금껏 개발 한 메뉴 중 제일 애착을 갖는 것은 '코리안비프부기뇽'이다. 프랑스 버건디 지방의 '갈비찜' 비프부기뇽과 한국식 갈비찜과 비프부기뇽의 테크닉을 합쳤다.

그는 "내 요리는 겉모습만 봐선 한식 같지 않다. 하지만 그 맛은 프렌치와 또 다르다. 비프부기뇽을 아는 사람들은 메뉴를 보고 자신이 아는 맛을 상상하며 주문하지만 먹어보면 그 차이에 놀란다"며 지난 7년 간 비스트로를 운영해 온 비결 역시 '차별화'라고 강조했다.

그와 함께 오랫동안 일 한 후배 셰프들 중에는 한인이 아닌 셰프들도 많다. 그들에게 한식의 맛을 가르치기 힘들지 않았는지 묻자 주저 않고 손사래를 쳤다.

"그 친구들이 되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우리의 맛을 이해해 나를 놀라게 한다"는 것이다. 그가 가르친 셰프들은 신김치를 먹어보면 처음에는 김치가 식초를 넣은 장아찌 같은 음식인 줄 알지만 처음부터 김치를 함께 담그고 발효에 대해 배우면 "아, 이게 치즈 같은 거네"라며 박 셰프 자신도 생각지 못한 것을 일깨워준다.

10월 중 개업하기 위해 새로 준비중인 윈드로즈에서 연출하고자 하는 분위기는 "반바지.슬리퍼 차림으로 갈 수 있는 편안한 곳"이다. 고급 레스토랑이 태반인 웨스트빌리지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번쯤 내킬 때 아무 거리낌 없이 가서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집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한국의 소주, 막걸리 등을 구비하고 새로운 칵테일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최근 브루클린에서 제조되는 막걸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도수는 16도 정도로 일반 막걸리에 비해 높지만 맛이 참 부드러우면서 깊이가 있다. 거기에 바삭한 해물전을 페어링 할 생각에 기대된다"고 말하는 그의 눈이 반짝거렸다.


김아영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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