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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방탄소년단에게서 배운다

소통과 공감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


필자는 요즘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와 저들의 활약을 담은 동영상에 빠져 있다. 인근 자이언츠 스타디움에서 저들 팬덤의 열기와 착한 기운을 직접 목도한 뒤부터다. 그곳에서 열린 콘서트에 직접 참여한 것도 아니었고 차를 가지고 파킹장에 간 것 뿐인데도 필자는 저들의 팬덤에 감염된 것이다.

스타디움 옆에 오전부터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콘서트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짐짓 옆 라인의 젊은이에게 창문을 열고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비티에스!" 하면서 엄자를 척 세워 보인다. 뒷쪽에 있던 소녀는 내가 끼어들기를 하려 하는 줄 알았는지 친절하게도 공간을 내줬다. 잠시 망설였지만 시간이 많았기에 흔쾌히 끼어들어 주차장 쪽으로 갔다. 다행히 주차 안내원들은 표검사는 않고 주차구역만 안내해줬다. 이렇게 해서 유명한 저들의 팬덤 아미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콘서트는 저녁 7시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지만 벌써부터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더러 나이 든 중년도 있었지만 그곳의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해맑고 친절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날 저녁부터 그러려니 하고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BTS 유튜브 영상을 서핑했다. 상당한 양의 음악과 정보 그리고 이야기들이 있었다. 먼저 필자의 페이스북 친구가 매일 듣는다는 '전하지 못한 진심'을 들었다. 우와!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냥 칼군무만 잘하는 잘생긴 소년들이 아니었다.



저들 노래의 가사는 하나같이 좋았다. 팬들도 감정을 전달하는 저들의 방식이 좋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길을 잃는단 건 그 길을 찾는 방법 수없이 헤매도 난 나의 길을 믿어볼래', '서로 손을 잡고 웃어 그래도 좋은 날이 앞으로 많기를...', ‘희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시련이 있네 그 모든 시련을 위해 우린 절망해야 해 그 모든 시련을 위해…', '초라한 모습 보여줄 순 없어 또 가면을 쓰고 널 만나러 가', '어쩌면 그때 조금만 이만큼만 용길 내서 너의 앞에 섰더라면...'

처음엔 생경했던 `총알을 막아내는 소년들`이라는 이름이 이해가 됐다. 자신들 청춘이 겪고 있는 고뇌와 아픔의 성장 서사를 담은 가사는 지구촌 젊은이들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저들이 `선한 영향력`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면서 청춘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사회적 약자, 차별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BTS는 유엔 연설에서도 또 최근의 기자회견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드리겠다는 책임감이 더 크다"고 말하고 있다.

저들의 가장 큰 장점은 소통이었다. 거기서 공감을 얻어내는 방식이었다. SNS야 말로 저들의 최고 무기다. 최근 트위터 계정 팔로워가 2천만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한국 트위터 계정 최고 기록이란다. 지난 2013년 팔로워가 단지 600명에 도달하기를 희망하면서 트윗을 올렸다는데...

저들은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니라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는 예인들이다. 멤버들은 7명 모두 앨범에 작사, 작곡가로 참여하고 있다. 제조된 이미지의 아이돌이 아니라 독립적인 아티스트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멤버들은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들의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준다.

그러기에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영어 앨범을 기다리기보다는 한국어를 배워서라도 함께 퍼포먼스와 내용을 즐기고 싶어한다.

한 독일 소녀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BTS의 '전하지 못한 진심‘을 멋지게 불러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하면서 한국어로 모두 함께 ‘하나 둘 셋’을 외치게 하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홍콩의 한 유력 언론은 방탄소년단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가치를 약 36억달러(약 4조원)로 추산했다.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의 분기 매출과 같다.



외교관이자 역사교사인 BTS



저들은 전 세계에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있는 외교관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역사와 언어를 가르치는 영향력 있는 젊은 교사이기도 하다.

저들은 미국 유명 방송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던 자료 화면을 삭제하게 만들기도 했으며 광주의 아픔을 노래해 전 세계 아미들에게 5.18을 각인시키고 공부하게 만들었다. 또 광복 티셔츠 한 장으로 일본 식민지 시절의 고통과 설움을 전 세계에 다시 알렸다.

미국 명문대학의 유명 경영학 교수가 케이스 스터디로 BTS의 성공을 첫째 손가락에 꼽으면서 저들은 24시간 안에 4천5백만명을 움직인다면서 이같은 저들의 적극적인 소통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갈파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영국 BBC 방송의 특집에서 런던주재 한국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이 방탄소년단이야 말로 자신들 직업 외교관의 백명 천명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술회한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최근 불거진 주미 대사관의 기밀누설 파문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선다.

고시 출신이 분명한 그 외교관은 방탄소년단 나이에 영리한 두뇌로 시험에 한 번 합격해 평생을 철밥통 옆에 끼고 턱시도를 입었을 텐데...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정보에 묻혀 글을 쓰는 동안 우리 한국의 국격을 높인 소식이 잇달아 전해졌다.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우리 자랑스런 동포 골퍼 나상욱이 PGA 투어에서 우승해 만삭의 아내와 부둥켜 안았다. 이처럼 예술과 스포츠 분야에서 우리의 국격 한류는 계속 높아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뼈를 깎는 노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제 다른 분야, 정치 경제 그리고 외교, 그리고 보니 사회주류라 부르는 기성세대의 일이다. 그 분야에서의 분발이 필요한 때다. BTS의 진정성, 소통을 통한 선한 영향력, 이를 위한 끊임없는 자기혁신이야말로 우리가 가져야 할 덕목들 아닌가.


(필자 주) 아메리카 아르니카는 ‘아메리카를 아십니까’ 또는 ‘아메리카를 알고 있으니까’의 라임(rhyme)을 맞춘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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