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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대통령을 욕할 수 있는 미국의 소프트파워

골프장에서 만난 미중 무역전쟁

지난 주말 모처럼 뉴욕의 대학 동창회 골프 토너먼트에 참석했다. 실로 16년 만이었다. 한국에서야 골프가 비싼 운동이라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아다시피 퍼블릭 골프장에서는 한국의 10분의 1 정도의 비용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과거에 서울서 이런 말이 있었다. "교회에 나가십니까?" "예", "골프 치십니까?" "예" "아, 재미동포시군요."

골프야 워낙에 손을 놓은 지 오래됐기에 잘 맞을 리 없었지만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보고 초여름 멋진 경치와 날씨를 즐길 수 있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다들 비거리가 줄었다고 야단들이었다. 체육회장 출신의 소문난 장타자 윤선배도 200야드를 간신히 넘겼고 프로 입문 권유까지 받았던 구선배는 3온 작전으로 바꾼지 오래됐다고 했다. 아버지날 선물로 잘 나가는 아들이 사줬다는 고가 최신예 장비들도 별 소용이 없었다. 25명이 참가했는데 어찌된 셈인지 젊은 친구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필자와 절친 동기가 막내뻘이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동창회며 향우회 번영회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골프대회도 거의 없어졌단다. 예전에는 시즌이면 각 단체들이며 교회까지 토너먼트가 문전성시로 열려 월요일 뉴스 시간 어느 대회에서 누가 메달리스트가 됐고 장타자상은, 근접상은 누구누구였다 전하기에 바빴었는데...

공은 쪼르르 굴러가 연못에 빠졌지만 파란 하늘과 새털구름은 반짝이고 있다. 티샷이 간만에 잘 맞아 ‘이번에는’ 하고 노리고 친 공이었는데... 파안대소를 하던 배선배가 이렇게 말해 온다. "미국에 오니 좋지?" "공기 참 좋습니다." "그래, 뭐하러 서울은 가서... 안된다 싶으면 빨리 돌아올 일이지…" "아닙니다. 허송세월했다고는 결코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 자네 나이가 제일 좋을 때야."



미중 무역전쟁 얘기가 나온 것은 임선배의 화웨이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어느날 부터인가 그 편리한 구글 서비스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무슨 대책을 마련하고 중단해야지 갑자기 그러면 쓰던 사람 어떻게 하라고..." 임선배는 트럼프를 깡패 같은 장사꾼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때 배선배가 명답을 날렸다. "중국이 너무 까불었어. 특히 화웨이는... 트럼프 아니라도 중국은 당하게 돼있어."

그렇다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의 중심에는 기술 분야와 법규 문제가 서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법률개정 요구로 집약된다. 한마디로 중국도 이제는 기술 개발과 이전을 포함해 제반 경제정책이 국제 시장 원리와 규범을 따르라는 요구다.

그동안 시진핑 주석의 중국 권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권력을 집중시켰다. 경제 정책 면에서도 국가 통제를 강화했다. 시장 지향적 모델을 따르기보다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과 같은 계획에 따라 중요한 첨단기술 부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가며 선진국의 개방성을 악용했고, 지적 재산권의 취약점을 약용해 이익을 취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끊임없는 사업 확장과 가격 인하에 집중한 성공적인 경영으로 성장했지만 지속해서 산업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어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미•중 무역전의 본질은 ‘기술전쟁’이면서 ‘패권전쟁’이다. 중국도 일단은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은 열강의 식민지가 된 아편전쟁의 기억을 잊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물러나면 영원히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쫓아가는 것밖에 안된단다.

중국은 플라자합의(Plaza Accord)로 일본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다. 1985년 9월,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G5 경제선진국(프랑스, 서독, 일본, 미국, 영국) 모임에서 발표된 환율에 관한 합의를 말한다. 이때 미국의 반 강요에 의해 일본 엔화의 대규모 평가절상이 이뤄지는데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린 일본 경제 비극의 출발점이 바로 이 플라자합의였다고 지목되고 있다. 당시 총리였던 나카소네는 미일 안보 문제가 얽혀있어 양보해야 했다고 말했지만 후일 일본의 유명 경제학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패배와 맞먹을 만큼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패권을 위협하는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미국은 2차 대전 후 위협자로 등장한 소련을 냉전체제로 포위한 뒤 군비경쟁을 통해 경제를 파탄나게 해 결국 와해하게 만들었다. 그다음은 일본. 80년대 중반 세계는 머지않아 일본이 미국을 누르고 세계최고 경제대국이 된다는 연구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85년 플라자합의 당시 일본의 GDP는 미국의 40% 수준이었다. 일본 인구 1억2천, 미국 인구 2억4천, 일인당 소득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지금 현재 중국의 GDP는 미국의 70% 수준이다. 미국은 진작에 중국을 손보고 싶었는데 911 테러 사태며 금융시장 붕괴사태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거기에 배선배의 말대로 중국의 부상, 이른바 굴기가 예사롭지 않으면서 상당히 도발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면에서 아직 중국은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GDP도 개인소득으로 나누면 미국의 6분의 1수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의 소프트파워가 비교되지 않는다. 이번 홍콩의 상복 시위에서 알려졌듯 중국인은 정부와 수뇌부를 비난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골프장에서 대통령을 육두문자를 써가면서 비난할 수 있는 미국과는 천양지차다.

한마디로 중국은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상태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힘을 빼는 일이라고 하는데...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은 최근 협상에서 너무 심하게 당해서 내년 차기 대선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는 듯하다”면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계속 미국에서 연간 5,000억 달러를 뜯어낼 수 있는지 기다려보겠다는 것 같지만, 정작 문제는 중국 또한 내가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는 점”이라고 신바람나게 트윗을 했다.

결전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자기편을 끌어모으고 있는 시진핑은 평양을 방문한단다. 이번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게 되는 G20 정상회담이 미.중 무역전쟁의 한 고비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거기서 두 정상 간 어떤 설전과 제스처가 오갈지 궁금해진다.



안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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