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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시간 음식 아닌 사랑을 먹는 시간'

[부모 노릇 잘 하세요? 50]

“밥상 머리에서의 올바른 가정교육에 관해”



하루 종일 얼굴 마주할 시간 없다가 저녁 밥상 앞에 마주 앉은 가족들---.

평소에 너무나 대화가 없어 딱히 할 이야기도 화제도 없고. 묵묵히 어색한 침묵으로 밥을 먹던 가족들. 이때 아들의 얼굴을 본 아빠, 대뜸 얼굴 보자마자 생각난 듯 화를 버럭 내면서 이런저런 잘못들을 기억 나는 대로 들추면서 야단을 친다.




엄마는 중간에 끼어 들어 같이 면박주거나, 아빠 체면을 마구 깎아 내리기도 하고.
그러다 부부 싸움이 되고, 사태가 어색해지면, 아빠가 “밥 묵자!” 명령하면 다시 먹고---.

가끔 잠자리에 들기 전 한국 코미디를 보곤 하는데 한 코너에서 식탁에서 흔히 일어나는 풍경을 풍자한 것이 있다.
제목은 “대화가 필요해!” 이던가?
우습게 과장된 권위적인 아빠와 푼수같이 눈치 없는 엄마 그리고 심약한 청소년으로 분장한 아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장면들은 많이 과장되긴 했어도 집집마다 흔히들 벌어지는 일들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냥 웃고만 넘어가지 못하기도 하고 때론 더 우습기도 하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냥 고픈 배를 채운다는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가족이 다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있는 가족은 행복한 가족일 것이고. 자녀가 자라면서 점점 그 회수는 줄어들 것이고---.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 채워 주어야 할 이 소중한 시간을 가정 교육의 이름으로 망치고 있지는 않은지?

음식을 준비하고,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여러 과정에 대한 감사, 기본 식사 예절, 식탁을 차리거나 다 먹고 난 다음 자신의 그릇을 치워 주는 일등은 가정에서 배우지 않으면 아무데서도 배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식사예절을 어떻게 즐겁게 행복하게 배워 줄 수 있을까?

어떤 집에서는 아빠가 식사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밥 먹을 때마다 소리가 조금만 나도 야단치고, 자세가 바로 안 되었다고 야단치고, 인사 안하고 먹었다고 야단치고.

긴장되고 무서워서 빨리 먹어 치우곤 사라지거나, 아예 아빠랑 같이 밥을 안 먹으려고 한단다.
식사 시간이 지옥이 되어버리곤 하니 부모 교육 시간에 함께 해결해 보고 싶어 했다.


위의 가정은 아이들과 사이가 비교적 좋은 엄마가 아빠 오기 전에 먼저 밥 먹겠다는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우선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경청으로 시작해서.


엄마: 너희들 밥 먹을 때마다 아빠한테 야단 맞을까 봐 긴장돼서 아빠 안 계실 때 먼저 먹으려고 하는 거지?
아이들: 아빠랑은 밥 같이 먹기 싫어요! 먹고 나면 배가 아파요.

엄마: 긴장해서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지.
아이들: 아빠는 도대체 왜 꼭 밥 먹을 때마다 화를 내세요?
엄마: 그런 아빠를 이해하기가 힘들구나!
아이들: 그래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쟎아요.

엄마: 너희들이 힘들어 하는 것 알아. 그런데 아빠께서는 자식에게 기본적인 가정 교육인 식사 예절은 꼭 배워주어야 하는 게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하시는 거야. 그런데 너희들이 잘 안되니까 화가 나시는 거고.

아이들: 어떻게 밥 먹을 때마다 자세 바로 했나 신경 쓰고 소리 날까 봐 신경 쓰고 그렇게 먹어요. 그리고 그렇게 엉망이지도 않아요 사실!

엄마: 그렇구나. 그런데 엄마도 아빠 생각에 동의해. 부모의 중요한 의무 중에 하나가 식사예절을 제대로 자식에게 가르치는 것, 그런데 즐겁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아이들: 이렇게 하면 어때요, 일주일에 몇 번만 식탁보를 깔고 분위기 좋은 식당에 온 기분으로 예의를 갖추어서 우아하게 식사하는 걸로. 그때는 우리도 한껏 품위 있게 식사하는 거예요. 초라도 하나 켜 두면 더 멋있겠다! 다른 날은 그냥 좀 편하게---. 그렇다고 막 먹겠다는 건 아니고요. 뭐 조금 소리 날 수도 있다는 거지요.


엄마는 아빠에게도 편안한 시간에 식사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 당신 식사 시간마다 아이들 때문에 힘드시지요.
아빠: 그렇게 말 했는데도 애들이 왜 말을 안 듣는 거지? 이거 원 아빠를 무시하는 건지!

엄마: 제대로 가르쳐 주고 싶은데도 잘 안되니 무시당한 기분이 드는 거죠?
아빠: 얼굴만 봐도 화가 막 나!

엄마: 많이 쌓이면 옛날 것까지 생각나서 화가 나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잊어버리는 게 직업이래요. 무시하는 게 아니라. 200번은 반복해야 제대로 배운데요.
나도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즐겁고 행복해야 할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매일 망치는 건 싫어요.


그들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의논해서 우아한 식사를 할 요일을 정하고, 아빠는 혹시 아이들이 예의에 어긋날 때는 화 내지 않고 간단하게 기억시켜 주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자녀를 교육해야 하는 중요 임무를 가진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하는 기본 원리 하나는 본인이나 아이가 감정이 편안하지 않을 때엔 어떤 교육도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

그래서 두 사람이 아무런 감정에도 휩싸여 있지 않고 편안할 때를 교육할 시기라고 하기도 한다.

먼 곳으로 떠나신 친정 아버지께서는 식사량이 적고 마른 내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먹게 하기 위해 생선 가시 발라주시며 밥은 배 채우기 위해 먹는 게 아니니 천천히 즐겨야 한다고 하셨다.


어려운 고사 성어들을 옛 이야기처럼 들려 주시기도 하고, 하루 동안의 일 물어 보시기도 하시면서 참 많은 것을 행복하게 배웠던 기억이 난다.
과일 후식 먹으며 엄마랑 낄낄거리며 저녁 시간은 휘휘 넘어가고---. 그 아름다운 기억은 늘 따뜻한 사랑의 기억으로 가슴 훈훈하게 한다.


식사 시간과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즐거운 이야기만 해야 한다고 신바람 건강 전문가 황수관 박사가 이야기 했다.
과학적인 근거들을 많이 첨부해서.

음식이 아니라 사랑을 먹는 시간, 부모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행복한 식사 시간! 저녁 노을 지는 황혼, 집집마다 들려오는 웃음 소리는 세상을 더 싱그럽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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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키즈빌리지 몬테소리스쿨 원장
한국심리상담연구소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전문 강사
BC Council for Families 주관 Nobody's Perfect 의 facilitator
문의 604-931-8138 , kidsvillage@sha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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