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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특파원의 방북 취재기 <3> "캐나다 동포 뭔가 다르다"

[밴쿠버 중앙일보] 기사입력 2002/06/04 16:57

밴쿠버 한인 서슴없는 대화에 북한 관계자 마음 빗장 열어

북한인들이 해외동포 가운데서도 캐나다 한인들을 대하는 태도는 각별했다.
그 결과 한인들은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교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 채 북한 땅을 떠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북한 안내원과 그 밖의 접촉 가능한 주민들이 해외 한인들에 대해 갖는 인상은 남한 사람들에 비해 우호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 거주 한인들과 달리 캐나다 한인들과는 마음을 열어 놓고 대화할 수 있었다는 게 양쪽이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다.

실상 이번에 북한을 방문한 밴쿠버 출신 한인들 중 단순한 관광을 목적으로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여행 통솔자와 기자 외 14명 중 8명이 가족 상봉 또는 신원 확인을 위해 아리랑 축전관람을 신청했고 무역을 생각하는 사업가와 다큐멘터리 감독도 끼어 있었다.

이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었던 북측은 정치적인 입장이 걸려 '관광은 관광으로 끝나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캐나다 동포라면 다시 받아 줄 수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차관급의 고위 간부(영접국 처장)가 이례적으로 밴쿠버 지역 한인들에게 김일성 초상기장을 선사한 사건은 북이 이들에게 갖는 특별한 관심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외부인들에게 '김일성 뺏지'로 알려진 이 기장은 북한인들에게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다.
"수령님을 잃으면 민족과 땅을 잃는 것이나 같다", "북한 주민들은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기장을 모시고 수령님을 생각한다"고 밝힌 이 간부의 말에서 김일성 주석은 이들 생활의 중심이고 자긍심의 요체임을 알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달고 다니는 기장이지만 사거나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에 외부인들에게는 손 밖에 있다.
이런 기장을 고위 간부가 이례적으로 밴쿠버 한인들에게만 소지를 허용했다는 사실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 교민은 이를 "신뢰의 증표이거나 적어도 신뢰하고 싶다는 바람의 표시로 받아 들인다"고 말했다.

비록 이 간부가 기장을 전해주면서 "가장 귀한 곳에 잘 모셔 주십시오"라고 요청했지만 외부인들이 자신들과 똑같이 김일성.김정일 두 부자를 신봉해 줄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그 기장이 함부로 취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봤다.

그 믿음은 한인들이 방북 기간 중 이들에게 보여준 솔직.담백한 태도에서 우선 기인한다.
밴쿠버 한인들은 미주 한인과 달리 자신의 견해와 감정에 대해 숨기지 않았다.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이라는 김일성 주석이 표방한 통일 3대 원칙을 들으며 수긍되는 점이 있으면서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고개 끄덕이기를 주저함이 없었으며, 반대로 김 부자에 대한 안내원들의 칭송 발언이 계속되자 거부감도 감추지 않았다.

이같은 비판을 접하고 처음에 심한 당혹감을 드러냈던 북한 관계자들은 자신들 뜻에 따를 기미는 없지만 남의 신념과 가치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 줄 지 아는 밴쿠버 한인들의 균형 잡힌 모습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한 안내원은 사석에서 "미주 한인들은 우리 말에 웃음기 어린 얼굴로 고개만 끄덕일 뿐 속마음을 털어 놓지 않아 그들이 더욱 못 미더웠다"면서 "그에 반해 캐나다 동포들과는 어떤 말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이렇듯 체제와 사상의 장막이 겉히자 이들에게 남는 것은 '핏줄' 뿐이었다.
그리고 평소 겸연쩍어 마음 속에만 감춰 뒀던 '통일'이란 낱말이 한인들 입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기자는 이런 광경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을 위해 캐나다 한인들이 할 수 있는 몫이 얼마나 큰 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평양=이주형 기자
협찬 =대한항공 밴쿠버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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