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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가정과 가족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도/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곳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김수영시인의 '나의 가족'부분

봉준호 감독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두루 성취한 영화감독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올해 황금종려상을 받아 한국영화의 위상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았다. 봉준호 장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영화의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아직 미주 지역에서 개봉되지 않아 영화를 볼 수는 없지만 그 동안의 영화들에서 보여준 '가족'이라는 범주 안의,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이야기라고 한다. 심화되는 빈부 격차를 두 가족을 통해 보여주는데 이는 한국사회의 문제만이 아닌 세계 공통의 문제여서 공감대가 높았던 모양이다.



지난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도 가족영화다. 원제는 '만바키 가족'인데 여기서 만바키란 좀도둑이란 뜻이다. 혈연이나 합법으로 묶이지 않은 형태로 만의 가족이야기다. 할머니가 받는 연금과 좀도둑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나름 재미있고 화목하게 산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비난을 받는 구성원들이다. 혈연으로 묶여 있으면서도 데면데면 살아가거나 골육상쟁으로 남만도 못한 가족들이 많은 시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무도 모른다' 등 가족의 내밀함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며 사회적 부조리나 불합리를 이슈화한다. 그의 영화에는 무력하지만 가족의 버팀목이 되는 할머니와 고지식하지만 인정 있는 할아버지가 있다. 철없는 아버지, 집을 뛰쳐나가기도 하지만 모성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 철이 일찍 들어버린 아이들 등 일그러진 모습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부대끼는 과정에서 발열하고 이 온기를 통해 비로소 가족이 된다는 것을 영화는 전하려는 것 같다.

가족이란 대체로 혈연.혼인.입양.친분 등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란 게 사전적 의미다. 가족이란 삶의 근간이 되는 기초단위이고 어떤 경우라도 지키고 보호하고 유지해야 할 무엇이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가정이 해체되는 위기를 맞기도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근간이 파헤쳐져서는 안 된다. 해진 신발을 벗고 부르튼 발을 쉬게 해줄 곳이 있다면 누구도 삶의 무게 때문에 빗나가지 않는다. 어느 가정이나 사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문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과 이해, 배려와 헌신이 있을 때 가정은 숨을 고르고 다시 뛰어볼 용기를 낼 수 있게 해 준다.

우리 가족은 25년 째 매년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 가족모임을 갖는다. 장수를 누리시는 어머니와 아들.딸.손주.증손주 사대가 모여 2박3일 시간을 함께 하며 가족임을 확인한다. 다 모이면 육십여 명이 넘는다. 어느 가족처럼 애증과 갈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대끼고 아우르며 결속하다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준다. 타국생활에서 이만한 버팀목은 없다.

가족은 때로 귀찮기도 하고 때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대끼는 과정을 통해 삶의 정상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짐이다 싶다가도 존재의 이유이고 벽이다 싶다가도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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