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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가벼워진 몸뚱이로... '화가 장욱진'

산이 있고, 집이 있고, 길이 있고 새가 있는 그림 앞에 선다.

산엔 나무가 있고, 집과 그 주변엔 상형 문자 같은 사람이 모여 살고 있고, 길 위엔 동굴고 구불구불한 기억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을 가져온다는 까만 까치가 앉아 있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떠나온 고향에 가고 싶어지고. 보고 싶은 친구들이 그리워지고 마냥 뛰놀던 동네 마당이 무심결에 그려진다. 그대들을 사랑하고 싶어져 내 마음의 창을 수 없이 닦는다. 수없이 찍힌 발자국 따라 걸어야 할 의미도, 또 하루를 살아가야 할 목적도 이내 찾아낼 수 있다. ‘행복이 이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지만 보는 순간 행복을 찾아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림은 화가의 머리 속에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입력돼 있는 가장 친밀하고 밀접한, 떼어놓을 수 없는 내면의 순전한 표현이기에 그려진 한획 한획이 무심히 그려질 리 없다. 그저 내던지는 표현은 하나도 없다. 어깨가 무너져 내릴 때 신음소리마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때 어머니 품처럼 마냥 안기고 싶은 그림 앞에 있다.

싸리 문을 열고 들어가서 며칠 밤낮 깊은 잠에 빠지고 싶은 편안한 집, 마음에 수없이 만들어낸 나의 발자국 따라 구불한 길을 걸으며 잊어버리려는 나를 찾아낸다. 산등성이 노을이 지고, 불켜진 창가엔 도란거리는 소리가 들려 오고, 반가운 소식하나 물고 날아든 까치의 눈매가 착하다. 모두 꿈 같은 그림 속에서 나와 어제 떠나온 고향 같은 그림 속으로 빠져 들어 간다. 길 위를 걷다 보면 만나는 산, 그 둥그런 등성이를 어루만지며, 다시 내 앞에 가까이 다가선다.



'화가 장욱진,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깊은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그 안으로 조금만 걸어들어가 그 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만큼 정답게 다가온다. 꾸밈없는 그의 작품 세계는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한 뼈 같은 주제들이 오히려 포근하게 다가온다. 너무 입히면 그 몸둥이가 희미해지듯 장욱진 화백의 그림은 요소만 남겨놓아 심플하고 담백하다. 그러나 그 요소들이 담아낸 형체나 구성이 마음 속 깊숙히 도사리고 있는 시정의 세계를 끌어내고 보는 이의 마음에 깊이 감추어져 찾아낼 수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이끌어내게 하는 소박한 화가, 그에게서 그 붓을 빼앗아 버린다면 그대로 앉아 굶어 죽을 사람 장욱진 화백. (시카고 문인회장)

내앞에 서라 / 신호철

슬픈 이들은
산이 있고
길이 있고
집이 있고
새가 있는
그림 앞에 서보라
자족하게 될 것이다

슬픈 이들은
나무를 찾고
발자국을 찾고
쉼을 찾고
꿈을 찾게 되는
고향 앞에 서보라
자유하게 될 것이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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