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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고맙다 COVID-19

Anesthesia Stat! Anesthesia Stat! 거의 한 시간마다 방송이 울린다. 환자에게 심한 호흡곤란이 오면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기 위해 마취과 의사를 부르는 시스템이다. 이 환자들은 그 후 어디로 가지? 인공호흡기를 달면 중환자실로 가야만 한다. 우리 병동은 벌써 만원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중환자실을 차례로 비우고 있었는데 이제 거의 포화상태다. 이제 필요하면 일반병동에도 환자를 배치해야만 한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모든 수술과 간단한 절차는 모두 중단되었다. COVID-19 환자 병상을 만들기 위해 일반 환자들은 대부분 퇴원시켰다.

날마다 전쟁이다. 상황은 더욱더악화하여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이주가 지났다. 우리 모두 절망의 블랙홀로 흡입되어가던 중에 낭보가 날아왔다. 우리 중환자실 제1호 COVID 환자가 이 주 동안 격리와 집중치료 후 음성으로 판정이 나왔다. 우리 의료팀은 서로 얼싸안고 소리쳤다. 이제 이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신장 기능도 정상으로 돌아와 투석도 필요 없게 될 것이다. 한편 지난주에 환자 두 명을 잃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절정을 이루고 그 후 하향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 모두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지금 우리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환자 수의 폭등을 과연 언제까지 우리가 커버할 수 있을까이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일인용 환자 방을 둘 아니면 셋까지도 받아야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뉴욕주지사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군을 투입해서 야외 병동(field hospitals)을 짓겠다고 했다. 이태리에서사망자 수가 급상승하는 이유는 날마다 불어나는 확진자 수가 의료진, 병원 침상 숫자 그리고 장비 재고를 훨씬 뛰어넘어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일어난 결과로 분석한다. 이런 선례에 놀란 미국은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의료팀 확장, 임시 병동 마련, 장비조달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솔직히 나 자신도 처음에는 겁이 나고 두려웠다. 심지어는 내 가족도 지금이 은퇴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나를 설득하려 했다. 그들의 뜻은 알겠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겁쟁이가 되기보다는 “아니 내가 설령 은퇴했다 해도 자원해서 현장으로 달려나갈 거야.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여라. 그것도 기쁘게 즐겁게” 스스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지금은 아주 만족한다. 그리고 은퇴하기 전에 간호사로서의 큰 자부심을 얻게 된 기회에 감사한다.



원래 우리 중환자실은 팀워크가 좋다. 항상 위급한 상황이므로 함께 순식간에 일을 처리한다. 특히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 상황이 워낙 다급하다. 환자 방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두 겹의 가운, 두 겹의 마스크, 두 겹의 장갑, 고글, 머리와 신발까지도 다 가린다. 보이는 것은 오직 고글과 안경 속에 있는 눈빛뿐이다. 서로를 알아보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의사소통이 서로 많이 불편하다. 환자 방도 이중 유리로 되어 있어 목소리 전달도 잘되지 않는다. 단지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합심이 되었을 때 우리는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격리실에서 나올 때마다 우리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고 얼굴에 욕창이 생길 정도다.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역경은 우리를 강하게 응집시킨다. 우리는 한 가족이다. 또한 지역사회는 우리에게 많은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준다. 날마다 힘내라는 메시지와 음식이 풍성하다.

이번 COVID는 우리에게 좋은 경종이다. 우리를 통째로 흔들었다. 우리가 얼마나 서로 의존적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누렸던 풍요, 자유 그리고 건강의 고마움을 모르고 자만했었다. 인간이 두려움에 떨며 몸을 사리자, 지구는 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옆에 밀어두고 우선순위를 재평가할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COVID 고맙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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