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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코로나19, 그 후(2)

내가 사는 중소도시에 자동차들의 물결이 사라졌다. 이 지역에서 뉴욕주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후로 고작 며칠만의 변화로 주정부의 명령에 의한 급변한 우리 모두의 생경한 상황이다. 행정기관이 자리한 웨스터체스터 지역의 이 수도는 느릿느릿 두어 대의 자동차가 신호등과 다음 신호등 사이를 횡 그러니 빈 도로를 채우고 있다. 코로나가 없었던 시절(?)에는 붉은 등 두 신호 사이가 자동차의 물결로 꽉 차 있었던 곳이다.

어둠이 깔리면 불을 밝힐 수 없는 폐점한 상가로 인해 스산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띄엄띄엄젊은이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걷는다. 거리에 사람이 없으니 아예 앞을 볼 이유도 없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봄비가 하루 걸러서 내리더니 오늘처럼 화창한 날에는 지팡이나 휠체어에 의지한 노인들이 문이 닫힌 ‘스타벅스 커피숍’ 앞 벤치에 나와 있다. 아름다운 조명으로 분수를 밝혀 주던 이 메인스트리트의 명물도 시꺼먼 쇠뭉치의 본체를 내놓고 죽어있다.

대학에서 돌아온 손자와 집에서 일하는 손녀도 영상통화만 한지가 꽤오래다싶었지만, 아직도 정해진 14일 ‘자가격리’의 시간으로 5일이나 남았다고 한다. 간혹 별미를 했다고 하면서 아파트 앞에서 음식만 건네고 가는 딸의 일상도 참으로 어색하다. 나이가 많은 우리 부부를 위해서 하는 그들의 배려이지만 조금은 무거운 마음이 된다. 활동량이 턱없이 모자라는 요즈음은 운동량에 대하여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았다. 다행히 인터넷에 ‘국민 보건체조’나 ‘쉽게 따라 하는 스트레칭’ 등의 동영상이 많아서 이것저것 골라서 따라 하기도 한다. 현대기기의 덕을 톡톡히 누리는 편리한 세상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가볍게 차려입고 한 시간 정도를 걷는 일도 한 달이나 되었다.

오늘 쿠오모 주지사의 기자회견은 뉴욕주의 확진자 수가 4만5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3월 1일에 최초의 뉴욕시 확진자가 나온 후 불과 26일 만에 미 전역의 9만2000의 반을 차지하는 엄청난 통계이다. 이제 뉴욕은 한때 집단 발상지 ‘대구’의 처지가 되었다. 타 지역 사람들이 대구사람을 많이 기피하였던 상황과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몇몇 다른 주(텍사스·로드아일랜드·플로리다와 메릴랜드)에서는 뉴욕을 비행기로 다녀왔을 때 ‘14일 자가격리’를 권고하는 담화문을 내보내는 실정이다.



조금은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계 경제의 1위인 미국에서 의료진들이 사용할 마스크와 방호복이 모자라는 처지라는 뉴스를 접하게 되니 큰 실망이며 참담하다. 아침에 접한 특별히 슬픈 소식으로 가슴 한 켠이 더 무겁다. 48세의 간호사가 돌보던 환자한테서 전염된 코로나19로 유명을 달리하였다고 한다. 이 와중에도 무려 6만2000명의 자원봉사자가 등록하였다니 큰 위로가 된다. 다 같이 헤쳐 나갈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김옥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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