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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는 사색] 스피드시대 속에서의 삶의 걸음 걸이

오래전부터, 인간들은 속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오늘날 스포츠 중 하나인 마라톤이다. 거리를 정해 놓고 누가 빨리 뛰어갔다 오는가 하는 경기다.

마라톤이란 본래 그리스 아테네가 페르시아와의 전쟁 때, 이겨 그 승전보를 아테네에 전달하기 위해 전령사가 뛰어갔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승리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달려간 것이 오늘날 스포츠가 된 것이다.

빠름과 연관하여, 걸음걸이가 느리면 생존 경쟁에서 낙오되고 만다.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빠른 놈만이 먹이를 먼저 차지하는 것 알지 않는가. 인간도 사회적 동물이 되다 보니, 빠른 동작을 취하는 자는 무엇에서든 먼저 얻고, 먼저 앞서간다. 그래서 인간은 걷다가, 뛰어가게 되었고, 뛰어가는 것도 느리다 생각되어, 편리함 추구와 더불어 자동차, 기차를, 그다음엔 비행기까지 만들어 내어 일상 속에 이용하고 있다. 이제는 비행기도 시간 단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 활용 시기 전에는 외국에서 한국 신문을 보려면, 아무리 빨라도 2~3일 후에라야 볼 수 있었다. 신문을 구문으로 보는 것이다. 빠르기를 따지자면, 요즘엔 인터넷이 있어 그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지경이다.



하나의 특성으로 현대에서는 속도를 빨리 내는 업종이나 물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가 더 많은 부를 쌓기도 한다. 택배도 스피드경쟁 업종이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빠름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도취를 넘어 거의 마취 수준이다. 빠르기에 대해 말하자면, 문명의 기기만 거론 대상이 아니다.

인간 정신 세계에서도 그 흐름의 속도를 볼 수 있다. 암흑기에서 인간 이성 중심의 문예 부흥까지는 약 500년이 걸렸다. 문예 부흥 이후 이성 철학의 시기까지는 200년이 걸렸고, 이성 철학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기까지는 약 100년이, 과학의 시대로부터 오늘의 인터넷 기술이 나오기까지는 50년, 스마트폰이 나오기까지는 20년밖에 안 걸렸다. 그만큼 속도가 붙어 기간이 짧아진 것이다.

어떤 사조가 나오면, 이제는 하루아침에 뒤집어지고 바뀌는 시대가 되었을 만큼 정신계 역시 하루 단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빠름이 아무리 좋다 해도, 인간 삶에 마냥 유익한 면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빨리 달리다 보면, 주변에 펼쳐져 있는 삶의 가치들이나 아름다움을 못 보고 지나치게 된다.

인간을 위해 조성된 아름다운 자연이나, 인간의 정, 인간미들을 못보고, 못 느끼고 그냥 지나치며 사는 것이다.

내 주변 동료 하나가 그의 사색을 통한 삶에 대한 경험 이야기가 가슴을 여미게 한다. 앞만 보고 무조건 빨리 달리기만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일말의 가치 있는충고적 교훈이 될 수도 있다.

그에 의하면, 미국에서 학생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도 넉넉한 거리를 좀 더 시간을 아끼고 빨리 가기 위해, 매일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지인으로부터 빠른 것만 찾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살라는 충고를 들었다. 그때부터,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다녔는데, 걷는 동안, 길옆의 가로수, 꽃, 식품가게 등 그동안 차 타고 다니느라 보지 못하고 겪지 못했던 자연과 사람들과 만나는 일상을 겪게 되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주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한다. 빠름보다 느림을 택했더니, 거기에 또 다른 삶의 의미 있는 면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같이, 사람 사는 데에 빠름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일찍 피는 꽃이 일찍 시든다 했던가. 남보다 빨리 출세하고, 빨리 사회적 인사가 된 인물들은 더 빠르게 지치고, 더 일찍 사회적 낙오자가 되는 경우 허다하다. 목표를 향해 무조건 빨리만 간다고 좋은 삶을 사는 것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한 가지 아이러니는, 그렇게 빠른 스피드 감각에 취해 살면서도 세월 가는 것은 느리게 가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 심정이다. 느림이 아니라, 아예, 강변에 늘어진 수양버드나무 가지에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매어 못 가게 하려는 마음을 가지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앞으로 돌진만 하던 삶에서 잠시 속도를 줄여, 주변에 널려있는 아름다움이라든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일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고 바르게 사는 것인지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렇게 하면 분명히 살아갈 좋은 길도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장석민 목사 / 빛과 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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