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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영화 ‘뮬란’의 불편한 진실

중국의 ‘국민 여장(女將)’ 화목란(花木蘭)은 25사(史)에서 그 이름을 발견할 수 없다. 일종의 서사시 목란사(木蘭辭)를 통해 옛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전승되고 있을 뿐이다. 당연히 실존 인물이라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강력한 서사의 힘은 그를 어지간한 실존 인물들보다 더 유명한 존재로 만들었다.

목란사에 따르면 목란은 징집 대상인 노부(老父)와 어린 남동생을 대신해 남장(男裝)한 뒤 전장에 나아가 12년간 용맹하게 싸웠다. 황제가 상과 벼슬을 내리려 하자 비로소 ‘커밍아웃’하고는 모든 것을 마다하고 귀향했다. 규방에서 전투복 대신 예쁜 옷을 입고 꽃단장하며 여성으로 남은 일생을 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서다. 전우들도 그제야 그의 성별을 알았을 정도다.

영상 매체가 이처럼 흥미진진한 주제를 마다할 리 없다. 최초의 화목란 영화는 무려 1927년에 제작된 것이다. 이후 그를 주인공으로 한 수십편의 영화와 TV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그가 중국 밖의 세계에서도 유명해지게 된 건 1998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뮬란’ 덕택이다. 목란의 현대 중국어 발음은 ‘무란’에 더 가깝지만, 한자 발음을 영문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병음이 ‘mulan’이라 영미권에서는 뮬란으로 불리게 됐다. 엄밀히 말해 잘못된 명칭이지만 지금은 이 이름이 오히려 더 익숙해진 상황이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의 실사 영화 ‘뮬란’은 무수한 화목란 영상물 중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될 모양이다. 주연배우 류이페이의 홍콩 민주화 시위대 비판 발언과 소수민족 탄압 논란을 일으킨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촬영 등은 영화 보이콧 운동을 촉발했다. 뮤지컬 요소를 배제하고, 귀여운 용 ‘무슈’ 등 매력적 캐릭터들을 대거 없애면서 만듦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졌다. 특히 이런 논란과 결과물의 배경에 중국 정부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면서 거부감은 배가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지 말고 영화를 정치적으로 만들라”는 장뤼크 고다르의 격언을 참고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벌 프로파간다’를 꿈꾸기에 디즈니는 적합지 않은 상대였다. 전 세계의 디즈니 팬덤을 적으로 돌리는 건 정치적으로 전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진석 / 한국 중앙일보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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