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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죄는 사면돼도 '동기'는 남는다

LA카운티 검찰이 6만6000여명의 마약 범죄 기록 삭제에 나섰다.

지난 2018년 LA시는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국내 최대 도시가 됐다. 같은 해 캘리포니아 의회에서 마리화나 관련 범죄 기록을 삭제하거나 혹은 감형할 수 있는 주법안 ‘AB 1793’이 통과됐고, 이에 따라 LA카운티도 본격적인 마리화나 전과 기록 삭제에 나섰다.

지난 13일 재키 레이시 LA카운티 검사장은 “이번 조치는 과거 범죄 기록으로 인해 취업이나 집을 구하는데 제한을 받는 이들을 구제해줄 것”이라며 “20대 젊은 시절 저지른 과오를 청산하고 새 삶을 시작할 기회”라고 말했다. 검찰은 1961년까지 거슬러 오래된 범죄 기록까지 색출할 수 있도록 비영리기관 ‘코드 포 아메리카(Code for America)’와 손을 잡고 최첨단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검찰은 마리화나 전과 기록이 새 인생을 살고자 하는 이들의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형평성의 문제이기도 했다. 현재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시점에서 과거 기록으로 인해 구직활동 등 생활에 제한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6만6000여명이 하루 아침에 죄를 벗게 됐다. 더 이상 전과자가 아닌 일반인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개인의 기호 혹은 사업 등 다양한 목적으로 마리화나를 즐기는 이 시대에 마리화나 전과 기록을 지속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판단의 결과였다. 과거 불법이었지만 현재 합법이기에 과거의 지은 죄가 사면된다는 논리다. 통과된 법안은 AB 1793은 ‘시대적 불공평’을 명목으로 삼아 주장했다.

하지만 여기서 크게 간과한 것이 있다. 그때 당시의 ‘동기’다. 동기는 불법과 합법을 경계 짓는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뻔한 사람이 공격에 대한 정당방위임이 밝혀지면서 무죄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함이었던 그의 동기가 정당했기 때문이다. 이는 강력 사건 발생 시 경찰이 가장 먼저 용의자의 범행동기 수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의 간택을 받은 6만6000명 중 마리화나가 불법인지 모르고 범행을 저지른 이들이 있을까. 검찰이 사면해 주는 죄목에는 단순 마리화나 소지뿐만 아닌 마리화나 재배·판매·유통 등 중범죄까지 포함돼 있다. 이는 향락, 이윤 등 분명한 목적으로 마리화나를 이용한 것을 증명한다. 즉 개인의 사욕을 따라 법을 위반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과연 이를 그저 시대를 잘못 타 불행했던 탓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이들을 현재 합법적으로 마리화나를 이용하는 이들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이는 과거 마리화나가 불법이었던 시절을 거쳐 합법화된 이때 정당하게 마리화나 사업에 뛰어든 이들에게 또 다른 불공평을 만드는 일이다.

명확한 사익을 위해 불법을 저지른 이들의 동기는 법이 개정됐다고 해서 그 정당함을 인정받을 수 없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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