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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트럼프의 위험한 WHO 돈줄 죄기

“중국 정부가 취한 대단한 조치에 대해 축하를 전한다. 투명성에 대한 중국의 약속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노력과 투명성에 감사한다.”

비슷한 시기에 두 사람이 같은 말을 했다. 전자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1월 30일 발언, 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월 24일 트윗이다. 미국의 WHO 자금 지원 중단을 놓고 대립 중인 두 사람은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중국을 칭찬하는 똑같은 입장이었다.

트럼프가 WHO 돈줄을 죄기로 한 건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커지면서 실정을 떠넘길 희생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WHO가 중국 편을 들며 코로나19 확산을 은폐하는 바람에 “그들의 잘못으로 너무 많은 죽음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자신이 받는 비판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였다.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연간 5억 달러 지원금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해 WHO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드러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돈으로 거래하는 트럼프 필살기가 다시 나왔다.



WHO도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중국의 일방적 주장을 검증 없이 전달하면서 오히려 신뢰를 더해줬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사람 간 전염된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1월 14일자 발표가 대표적이다. 중국 눈치를 보느라 국제공중보건위기 선언이 늦어졌고, 한동안 팬데믹을 팬데믹이라 부르지 못했다. “중국 조치 덕분에 다른 나라로 전파되는 것을 늦췄다”는 칭송은 세계에서 200만 명 넘게 감염되고,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트럼프도 절반은 틀렸다. WHO는 중국을 칭찬하면서도 코로나19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보를 울렸다. 사무총장은 “시간이 지나면 대처할 기회가 점점 사라진다”고 거듭 말했다. 지난 1월 대통령 탄핵 심판과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 매몰돼, 상상조차 못한 바이러스 공격에 대한 안이함 탓에 간과한 측면이 있다.

지지세력 성화에 자금 중단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코로나19와의 싸움이 한창인 지금 WHO 돈줄을 죄는 건 위험한 일이다. 대응 능력이 없는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은 오롯이 WHO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WHO 개혁은 사태가 마무리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국이 지원을 거두면 중국이 빈자리를 파고들 것이다. 가장 원하지 않는, 중국 영향력을 더욱 키우는 셈이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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